[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최근 대형건설사들이 해외 플랜트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면서 플랜트 부문 강화를 위해 관련 기술을 가진 회사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1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는 전년에 비해 46% 증가한 715억7300만달러다.
이 가운데 플랜트 공종의 수주가 574억2600만달러를 차지했다. 전체 수주액의 80%를 넘는 규모로 전년보다 무려 60.9%가 증가했다.
◇ 플랜트 강화 `비상`..조직개편은 기본, `M&A` 추진도
덕분에 바빠진 곳은 각 건설사 플랜트 사업부문 직원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조직개편을 통해 플랜트 부문을 강화한데 이어 관련 회사와의 협력은 물론 M&A를 추진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업체간 경쟁도 뜨겁다.
대우건설(047040)은 지난해 말 해외사업의 주력본부인 플랜트사업본부 내에 발전사업실과 석유화학실을 신설했다.
더구나 올해는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를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앞으로 플랜트 사업은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회사를 인수하려는 가장 큰 원인은 전문 인력 부족 때문"이라며 "해외 플랜트 공사 규모에 비해 관련 경력 직원들도 부족해 다른 회사 엔지니어링 업체와 협력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006360)은 과거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LG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해 자체적으로 플랜트의 설계·구매·시공(EPC) 등을 일괄적으로 해 온 회사다.
최근들어 플랜트 사업본부의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플랜트 분야 사업관리, 설계, 시공 등 분야의 경력사원을 모집하는 등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물산(000830)도 기존 플랜트 사업본부를 플랜트사업부와 원자력 사업부, 발전사업부 등으로 세분화해 해외 플랜트 진출 의지를 분명히했다.
그동안 그룹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주력인 화공플랜트 부문 진출에 대해서는 묵시적인 양보(?)를 해왔으나 삼성물산이 플랜트 진출을 본격화할 경우 그룹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교통정리를 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 엔지니어링社 지속 성장세.."리스크도 대비해야"
이 같은 상황을 증명하듯 지난 한해 플랜트 주력회사들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종합 EPC업체에 속하지만 화공 플랜트에 강점을 가진 설계회사이기도 하다.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최근 국내 건설업체 가운데 경쟁 입찰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4억1000만달러 염소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업종과 지역 다변화, 발주처 확대 등으로 올해 12조원의 신규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수주량은 9조원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설계회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설계·구매·사업관리 등을 같이 하는 종합 건설업체로 성장했다.
최근 이 회사는 증권 장외시장에서 최대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19일 현재 38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52주 최저가가 12만6500원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몇 달만에 3배 이상 뛴 것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일괄 EPC턴키 수주 대신 국내·외의 엔지니어링 기술력이 좋은 업체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사우디 AAC 에틸렌아민 플랜트 공사를 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에 설계 부문은 맡겨 컨소시엄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플랜트 사업의 미래가 마냥 장미빛은 아니다. 미래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팀장은 "2000년대 중반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중동 플랜트 시장이 호황을 누려왔다"면서 "하지만 중동 플랜트 시장 호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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