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발생 석달째를 맞고 있는 구제역이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매몰 가축이 이미 320만마리를 넘어섰고, 매몰비용도 2조원을 넘었다. 구제역의 매몰 가축 3분의 1에서 침출수가 새나오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사상 최대 피해를 내고 있는 이번 구제역이 향후 환경재앙을 예고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앞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구제역으로 인해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제역으로 인한 농축수산물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식품물가도 불안한 모습이어서, 구제역은 단순한 가축질병의 수준을 넘어 물가와 교역, 재정, 환경 등 거시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매몰가축 325만마리..매몰비용만 2조 넘어
1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현재 매몰대상 가축은 총 325만6900마리(소 15만451마리, 돼지 309만7371마리, 염소 6059마리, 사슴 3019마리)로 전날보다 3만1077마리가 늘었고, 현재 325만41마리(99.8%)를 매몰했다.
<구제역 가축 매몰 현황>
(자료=농림수산식품부)
구제역 발생지역은 전남과 제주도 등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10개 시도, 77개 시군)으로 확대됐다.
방역당국은 이달안에 구제역 2차 예방백신 접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까지 소는 예방접종대상 325만6000마리 가운데 110만2000마리(34%)가 2차 접종을 완료했고, 돼지는 880만마리 가운데 59만마리가 2차 접종을 완료해 6.7% 가량 진행중이다.
정부의 방역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으로 인한 매몰 가축은 날마다 2만~3만 마리씩 늘고 있어, 경제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농식품부의 매몰처분 보상액과 제반 방역 비용 2조원을 포함해, 전체 피해규모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삼겹살, 한달새 67% 급등..식품물가 '부채질'
구제역으로 인해 축산물값이 오르면서 가뜩이나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식품물가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9일 기준 한우 1등급 등심값은 500g당 3만4166원으로 전달보다 0.3% 오르는데 그쳐 지난달 20일 3만7067원까지 급등한 이후 차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서민들이 가장 즐기는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9일 기준 돼지고기 삼겹살 값은 500g당 1만1323원으로 전월대비 25.7%가 급등했다. 지난달 12일 최저가 7563원과 비교하면 무려 67%나 급등한 셈이다.
(자료=농수산물유통공사)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축산물값은 전월대비 6.2%, 전년동월대비 4% 올라, 가파른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축산물값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4.1% 상승에 0.08%포인트를 끌어올렸다.
이같은 돼지고기값의 급등세는 이달에도 식품물가 상승세에 반영돼 정부의 전방위 물가안정 노력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 FTA 비준 '찬반' 논란속 차질
구제역으로 FTA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쇠고기 문제는 한미 FTA 논의대상이 아니지만 미국이 한미 FTA 비준 문제를 처리하면서 별도로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어 구제역으로 사나워진 축심이 FTA 비준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 여야는 한미 FTA 비준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의원 18명 가운데 15명이 한미 FTA 추가협상안만 처리하면 된다고 보고 있는 반면, 민주당 등 야당 의원 9명과 외통위원장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3명을 포함한 12명은 추가협상안과 원안을 함께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제역으로 축산농가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쇠고기협상과 맞물릴 수 있는 한미 FTA 비준 처리에 있어 구제역이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 가축 매몰 침출수 등 '환경재앙' 예고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액과 FTA, 물가 같은 경제적 측면 외에 '환경재앙'이라는 문제가 구제역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환경공단이 가축 매몰처리와 관련해 주변지역 환경영향을 조사한 결과 매몰지역의 3분의 1인 35% 가량에서 침출수가 새나와 인근의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현재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매몰지가 4215곳에 달한다. 이같은 분석에 근거하면 침출수가 새어나올 수 있는 지역은 15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여당도 급해졌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당정회의를 열어 구제역 침출수 문제 대비책과 축산농가 보상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당정회의 결과 "4000곳이 넘는 매몰지를 전수조사하고 있고 문제의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대한 보강공사를 3월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며 "큰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매뉴얼대로 지키지 못한 지역이 있어 2차, 3차 피해가 걱정"이라며 "환경에 미치는 종합적인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제역 초기 발생 원인과 이동 경로 파악에 실패한 이후 정부와 방역당국의 피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도 없이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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