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 송종호 기자] 물가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데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데 대해 일각에선 물가당국의 '잘못된 판단' 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생활물가를 중심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있고 인플레 기대심리 역시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황인데도 물가 당국인 한은이 '베이비스텝'을 강조한 것은 안이한 결정 아니냐는 것이다.
한은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금리동결 결정을 발표하며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는데 물가가 급등 중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점을 인정하면서 금리 수단을 활용해 물가잡기에 나서지 않은 것은 치솟는 물가를 잡아야 할 물가당국의 역할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 1월 금리인상 후에도 삼겹살 등 생필품값 급등..'정책효과 유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이유는 한 마디로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정책효과가 유지되고 있는 단계"라며 지난달 금리인상 효과가 시장서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자평했다.
지난달 금리인상 시점과 비교해 한 달간 시차를 보면 주요 장바구니 물가는 오름세가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그러나 이는 한은 총재도 밝혔듯 "정책효과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1월 13일 기준 배추 도매가격(1kg)은 1260원에서 이날 1090원으로 13% 떨어졌고
무 도매가격(1kg)은 같은 기간 690원에서 550원으로 20% 하락, 대파 도매가격(1kg)은 같은 기간 3100원에서 3000원으로 3%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계란(특란, 10개묶음)은 1만400원에서 1만2900원으로 24%나 올랐고 삼겹살(500g)은 5980원에서 7150원으로 19% 상승했다. 닭고기(1kg, 1마리)도 3만8000원에서 4만2500원으로 11%나 올라 주요 '관리대상품목'이었던 채소물가 외에 다른 품목은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 금리인상 효과 진행중?.. 인플레 기대심리 '빨간불'
한국은행은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서 현재의 물가상승 요인에 대해 "공급과 수요 양측면이 모두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각종 대책이 대개 공급측면의 것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공급측 요인, 즉 외부요인이라는 뜻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요인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할지라도 물가상승 기대심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금리동결은 '실책'이란 지적이다.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7%를 기록, 1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번에는 인상했어야 했다"며 "현재의 물가상승세에 대해 공급적 요인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물론 통화정책의 한계는 있을 것이나 현재 물가상승 기대심리가 높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실제 임금상승 등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며 "물가상승 기대를 차단해주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를 놓쳤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부처 합동으로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현재 상황을 점검해보면 원가 상승요인 이상으로 인플레 기대심리가 작용해 가격인상이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2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더라도 이에 대한 비판은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대외여건이 통화정책에 크게 부담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모를 정도로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어, 정작 통화당국의 금리를 인상하고자 할 때 대외여건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 유동성 과잉 조짐+유통속도 상승 대기
아울러 현재 시장은 해외에서 유입된 유동성 과잉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통화유통속도도 향후 증가할 일만 남아있어 금리동결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국은행도 강조해왔듯 금리정책은 선제적으로 써야 한다"며 "지금 올린다고 해도 시장기대를 따라가는 것에 불과할 뿐 이미 늦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의 경우 화폐유통속도가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유동성 증가가 문제가 안됐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유통속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징후들, 이를테면 주가 상승 등 '머니무브' 현상 등이 벌어지고 있어 유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경기회복이 이전보다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통화유통속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 점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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