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붐이 일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비교적 싼 비용으로 새집 같은 집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호응도가 높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리모델링의 경우도 많은 지역에서 여전히 조합원의 부담금이 크기 때문에 '용적률 총량제' 도입 등 관련법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 강남은 리모델링 중.."시세차익·주거환경개선"
현재 리모델링의 중심 지역은 서울 강남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16일 현재 서울에서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거나 추진하다 보류 중인 곳은 47곳 정도다.
이중 16곳이 강남구에서 진행되고 있고, 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를 모두 합하면 26곳에 달해 절반을 넘는 리모델링이 강남권역서 추진되고 있다.
대치동 현대1차 아파트나 청담동 두산아파트 등 이미 리모델링 허가가 난 곳들은 대부분 강남이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조합과 건설사의 움직임이 빠르다.
강남에서 리모델링 바람이 부는 이유는 이곳 미래가치를 고려했을 때 조합원들이 시세차익을 남길 여지가 많기 때문에 사업이 쉽게 진행될 수 있는 제반조건이 갖춰져 있어서다.
실제로
현대산업(012630)개발이 리모델링 수주를 위해 애쓰고 있는 청담동 청구아파트의 경우 현재 시세가 7억5000만원 정도다. 이곳 조합원들이 리모델링을 위해 공사비, 설계비, 이사비용 등으로 써야할 비용은 대략 2억5000만원 정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리모델링 후 청구아파트의 미래가치를 13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어 리모델링 비용을 합쳐도 3억원 정도는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결국 조합원 입장에서는 주거환경 개선과 시세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강남의 경우 현재 저층아파트는 거의 재건축 설립이 확정돼 있는 경우가 많고 남은 곳은 고층아파트 뿐"이라면서 "이러한 곳은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리모델링으로 돌아서는 수요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 대형평수 리모델링 난항.."용적률 총량제 도입해야"
반면 중대형 평수의 경우는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어렵다. 강남에서도 소형 평수는 리모델링이 쉽게 이뤄지지만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이 큰 중대형 평수 아파트는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중도에 보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강남 구현대5차 아파트의 경우 지난 2006년부터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됐지만 현재 추진위원회 구성단계에서 사업이 보류된 상태다.
이곳은 115㎡ 단일 평형으로 구성된 단지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공사비, 설계비 등을 합한 조합원 분담금이 너무 크다는 조합원들의 판단 때문에 중단된 것.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선 최근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용적률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은 리모델링을 할 때 기존 아파트 전용면적 30% 범위 안에서 가구별로 증축이 가능하지만 가구수를 늘리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용적률 총량제`가 도입되면 단지 전체를 하나의 총량으로 보기 때문에 가구수를 늘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20%가량은 가구당 전용면적을 늘리고, 나머지 10% 안팎은 가구 수를 늘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면적이 큰 아파트의 경우 가구별 면적은 그대로 두고 가구 수만 늘려 일반분양으로 돌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만큼 조합원의 부담은 줄어드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근우 현대산업개발 리모델링팀장은 "실제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동의서를 구해보면 대략 65~70% 정도 찬성표가 나오는데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는 80%에 못미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러면서 "용적률 총량제를 도입하면 현재보다 조합원 분담금이 20~30%가량 줄기 때문에 사업진행이 빨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달 안에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정책대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수직증축·용적률 총량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나서기도 했다. 청와대가 건설산업연구원에 리모델링 제도 관련 용역을 의뢰해 다음달 초순쯤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대형건설사, 리모델링 아직 소극적.."재건축에만 급급"
건설사들은 이 같은 어려움에도 리모델링 사업의 미래에 대해 밝게 전망하고 있다.
현재 리모델링은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한 전체시장에서 4~5%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이 현실적으로 재정비된다면 조합원들도 분담금이 재건축에 비해 덜한 리모델링을 선호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산업개발 이근우 팀장은 "전용면적 25평형 정도에서 조합원 부담액이 1억5000만원 정도면 (리모델링) 하겠다는 지역이 많다"면서 "총량제가 도입되면 리모델링을 도입하는 단지가 쏟아질 것이고 특히 최근에는 분당 등 1기 신도시에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대형건설사들의 참여는 아직 소극적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리모델링 사업을 재건축 사업에 이은 차세대 사업으로 여기고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현재 재개발·재건축이 잘되는 소위 '빅10'건설사 중에는 당장의 실적쌓기에 급급해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수주에 열을 올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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