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지난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매출은 93.3%나 증가했지만 적자를 벗어던지지는 못했다. 국제노선 확보에 LCC가 올인하는 이유다.
24일 국토해양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개 항공사의 전체 매출액은 17조444억원, 영업이익은 1조7423억원을 달성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알맹이는 대규모 항공사들이 챙겼다.
지난 21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개 LCC의 매출액은 지난 2009년보다 93.3% 증가한 5126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80% 감소한 126억원을 기록했다.
* 국내 LCC매출과 영업이익(티웨이항공 제외) (단위 : 억원)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79.4% 늘어난 1575억원으로 저가 항공사 중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스타 항공도 매출액은 1105억원으로 전년대비 148.9% 늘어났지만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봐야했다.
반면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정비, 운송, 경영 노하우 등 모기업의 지원에 힘입어 이른 기간에 흑자로 돌아섰다. 진에어는 93억원, 에어부산은 6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LCC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항공사업의 경우 원가가 높아 초기에 대규모 리스(임대)·정비 비용이 투입되는데다 경영 노하우도 부족해 신규 항공사들은 초창기 몇년간은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초기에 투자한 비용들은 몇년간 운항하면서 각종 원가를 차츰 낮춰가면서 국내·외 노선을 확대해 수익을 올려가는 시스템이다.
◇ LCC, 초기 투자 많고 노선 확보 어려워
진에어, 에어부산의 경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수혜를 누린 셈이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진 퍼스트항공(영남에어)과 한성항공 등은 무리한 항공 노선운영과 비용 절감 실패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해 결국 운항을 중단해야 했다.
이처럼 LCC의 생존을 위해서는 국제선 노선확보 등을 통한 항공료 수익이 필수다. 지금처럼 저가경쟁만으로는 생존확률이 희박하다는 의미다.
LCC간의 저가경쟁은 소비자에겐 반가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론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국내 노선의 경우 무리한 저가 항공료 이벤트 등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
소비자들도 지나치게 싼 항공료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안전한 항공사를 선택하게 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이다.
시장의 상황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LCC들은 가격을 무기로 대형항공사와 경쟁해 왔지만 앞으로는 가격우위 없이 해외 LCC들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권의 LCC들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면서 LCC간의 가격 경합은 치킨게임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외항사들의 국내 진출은 가격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려 항공사들간의 제살 깍아먹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LCC의 살길은 `국제 노선` 확보에 달렸다. 최근 국내 대형항공사 뿐만 아니라 LCC들도 수익성이 큰 국제노선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포-제주노선 등 국내노선의 여행객 수요는 계속 늘어나겠지만 싼 항공료 만으로 버텨낼 수 있는 한계점이 길지 않다고 전망한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형항공사들도 국내노선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저가항공사들도 적자가 지속될 수 있다"며 "향후 저가항공사들이 흑자전환을 위해서는 국제노선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 LCC들은 동남아, 일본 오사카 등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지만 꾸준한 수요가 있는 최대 항공노선인 일본의 나리타 노선은 배정받지 못했다.
이번에 국토부에서 발표하는 나리타 노선을 따기 위해 국내 대형항공사 뿐만 아니라 LCC들도 대거 신청서를 넣어놓은 상태다. LCC들은 국제선 확보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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