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명정선기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 '현장 검사와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최근 잇따라 터진 저축은행 부실감독과 불법인출 방조, 농협·현대캐피탈의 전산사고, 직원들의 구속사태 등 온갖 비리와 직무유기가 드러난데 따른 대응책으로 금융권은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으로 금감원의 업계유착과 부실감독 문제가 해결될 지는 미지수다. 몇몇 얼굴이 바뀐다고 오랫동안 지속된 고질적 비리와 부실감독 문제가 해소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독점적 감독권한을 제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와 함께 법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은행 감독권을 금감원에 넘겨준 한국은행에 수시 검사권을 부여하자는 대안도 제기된다.
◇ "독점 막도록 복수의 감독기구 필요"
금감원은 IMF이후 1999년 1월 한국은행의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이 통합하면서 탄생했다. 외환위기 이후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고, 통합 상품에 대한 대처능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감독권한이 한곳에 집중되면서 '권한'이 '권력'으로 바뀌거나 독점적 감독권으로 인해 금융감독이 부실과 비리로 변질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별도의 감시 기구를 만들어 '2중 감시망'과 크로스체크(cross check) 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이런 방안의 하나로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감독권이 없는 한은에 수시 검사·조사권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복수의 감독체계의 효율성에 의문을 갖는 의견도 있다. '시어머니가 둘'로 늘어 눈치보기에 급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복 검사의 우려도 있다.
◇ 日·獨은 감독권 통합, 美는 권역별로 분리 감독
외국의 사례를 보면, 금융감독 방식은 각 나라 사정에 따르 다르다.
현재 일본, 스위스, 독일, 싱가포르, 덴마크 등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금융권을 통합해 감독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주법, 연방법에 따라 은행을 권역별로 나눠서 감독하고 있으며, 증권, 보험, 저축은행도 감독 기구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외국에서도 관할권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접근성을 높이고, 통합되는 금융산업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알력으로 쉽지 않아 오히려 구조상으로는 우리나라가 선진화됐다는 평가다.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터진 일련의 사태들은 금융당국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충분한 판단 근거가 됐다. 업계에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구조보다는 그 안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구조보다는 '사람'이 중요..규정 아닌 법으로 감독업무 정해야
정책당국의 필요에 의해 들쑥날쑥 바뀐 규정도 문제다. 법상으로 보면 금융은 법령이 아닌 감독규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법이 아닌 감독당국 사람의 손에 맡기다 보니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8·8클럽 지정도 이같은 실패의 한 사례다.
독립성은 온데간데 없고 업권과의 유착관계가 당연시되다보니 부실 관리감독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헌욱 참여연대 미래희망본부장은 "법령으로 다스리는 것이 아닌 금융감독원이 그때그때 만드는 감독 규제로 관리되고 있는데 이 규제 자체가 외부 여건이나 금융당국 수장 체제에 따라 자주 바뀌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는다.
이 본부장은 또 "한 기관이 너무 막강하고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어 유착관계 등에 대한 견제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번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계기로 '취업 제한' 등의 공직자 윤리법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독립성 확보하고..소비자 피해 없도록 감독당국 신설
이와 함께 이번 저축은행 사태와 같이 선량한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자산건전성 위주가 아닌 금융소비자보호 문제를 담당하는 별도의 기구를 설립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현행 감독체계는 시스템 리스크보다는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거시건전성과 SIFI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소비자의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건전성 감독과 영업 행위 감독을 나누어 소비자 보호 측면을 강화했고, 미국 역시 독립 기관으로서 금융소비자 보호업무만을 강화하는 금융소비자보호국(CFPB)를 만들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영업활동에 대한 분리 감독 시스템을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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