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기름값 2000원?..끙끙 앓는 '고물가 정부'
정유사들 도로 100원 인상..불붙은 물가에 '기름붓는' 휘발유값
한번 더 인하할까 유류세 내릴까..정부 '곤혹'
2011-06-21 15:02:11 2011-06-21 18:55:36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내달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3개월전으로 돌아가 리터당 100원씩 오르면서 '기름값 2000원 시대'가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기름값이 100원 내릴 때와 달리 오를 때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훨씬 빠르다.  특히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기름값이 오르면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인상 속도는 훨씬 빠를 것으로 보인다. 
 
◇ 정유사 100원 인하는 '허풍'..7월부터 원상복귀하면 2000원 넘을 듯
 
21일 현재 주유소들의 휘발유값은 리터당 1917.21원(전국평균, 보통휘발유 20일 가격기준)이다. 서울지역은 리터당 1990원을 넘어섰다. 기름값이 100원 인하된 지난 4월7일 1955.80원에서 3개월간 오르내린 결과 38.59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100원 할인도 잘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지난 10일부터는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이 10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기름값 100원 인하를 실시한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S-Oil의 공장도 가격을 분석한 결과 약 50원이 인하됐고, SK의 경우 주유소 평균가격이 리터당 15.99원 인상돼 100원 할인을 적용해도 실제 82원만 인하됐다고 밝혔다. '100원 인하'는 사실상 '허풍'이었던 셈이다.
 
기름값이 오를때는 많이 오르더니 내릴때는 적게 내린 것이다.
 
이서혜 소비자모임 석유감시팀장은 "이달까지 해서 기름값을 인하하겠다고 한 3개월동안 실질적으로 100원 인하 효과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100원 인하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다음달에 올릴때도 정유사들이 그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국제유가가 130달러까지 가봐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 유가 상황이 너무 안좋다"며 "작년에 비하면 기름값 부담이 크기 때문에 유류 탄력세를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사들도 사실상 지금 기름값에서 100원 인상할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숨죽이고 있다. 
 
이상훈 GS칼텍스 홍보부장은 "내달 6일이면 기름값 100원 인하하는 시점이 되는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최대한 기름값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덜 받을 수 있게끔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GS칼텍스와 S-Oil은 내달 7일부터 100원씩 인상하는 방안이, SK는 100원 카드할인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곤혹스런 정부 "정유사에 또 가격인하 주문 어려워"
 
정유사들과 마찬가리로 기름값이 인상되면 제일 곤혹스러운 것이 정부다.
 
안그래도 불붙은 물가에 그야말로 기름을 붓게 돼 소비자들의 원성이 들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기름값을 한번 더 인하해달라 할 수도 없는게 지난 3개월간 정유사들이 손해본 금액이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이라 되레 정부가 업계 눈치보기에 바쁘다.
 
지난 4월 정유사들을 압박해 기름값을 낮춘 것도 별 효과가 없어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실제 기름값을 한번 더 인하하기에는 부담이 많다"며 "전적으로 기름값은 정유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이러저러도 어려운 정부, 유류세인하 카드 쓸까?
 
기름값이 2000원선을 넘게 되면 정부가 내놓을 인상 충격완화 방안으로 유류세 인하 안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 유가 구성비율을 분석해 보면 유류세가 판매가의 약 50% 가까이 차지하기 때문에 이부분만 칼을 대도 인하 효과가 크다는 것.
 
하지만 유류세 인하 방안도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반감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형건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시장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유류세인하가 기름값 가격 하락으로까지 전달될지 의문"이라며 "인하해도 주유소업자들의 마진으로 갈 가능성이 많고 소비자들에게 인하된 기름값을 체감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기 않아 근본적인 대책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즉, 유류세 카드가 정부의 정책적인 시그널로는 의미가 있겠지만 소비자 이익으로 이어질지는 여부는 불분명하다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실제 정부 입장에서 기름값에 손을 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유류세 인하방안인데 자칫 유류세를 내린 후 유가 충격이 계속해서 온다면 그땐 유가 대책이 없어 타이밍상 결정적인 순간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카드"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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