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대우증권이 1조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프라임브로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가 탄생하는 일이야 정부에서 숙원하던 일이지만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라는 다소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유상증자라는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러한 증권사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다. 대규모 유증으로 인해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대우증권에 대해 증권사 연구원들은 투자은행으로 가기 위한 대우증권의 장기 비전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인데다 유증으로 주식가치가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질적으로 이러한 시각은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하향 조정에서 극명히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2만3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HMC투자증권은 2만3000원에서 1만원, 대신증권은 2만60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각각 목표가를 하향 조정한 것. KTB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목표가 하향에 이어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매도로 낮춰 잡았다.
이러한 불똥은 증권업종 전반, 특히 증자 가능성이 높은 대형증권사에게 튀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장 중 유상증자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대형 투자은행 도약을 위해 자본확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지만 하한가를 벗어날 수 없었다. 또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은 여타 중소증권사보다 낙폭을 키우며 거래를 마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일단 증권주들의 약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증권은 필요한 만큼 한 증자가 아닌 대규모 유상증자였기 때문에 희석이 많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것은 하한가를 초래할 만큼의 이슈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은 유상증자를 할 것이라 보고 미리 빠진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유상증자 결정 소식이 있기까지 당분간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막상 유상증자 결정했을 때는 오늘처럼 크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목해야 할 것은 삼성증권이나 현대증권 같은 덩치 큰 증권사가 증자를 할지 안 할지에 대한 부분이지만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증권사들은 대우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의 대주주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증자를 안하는 쪽으로 갈 수 있지만 증자를 하더라도 대우증권과 같은 대규모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당분간 증권주의 주가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시장 여건이기 때문에 시장이 안정화되면 증권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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