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긴급조치의 위헌성은 대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만 심판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긴급조치 1, 2, 9호와 유신헌법 53조의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에서 청구인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유신 시절의 대통령 긴급조치 1호는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배치되는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김 교수는 이날 박한철 헌법재판관이 긴급조치의 관할문제에 대해 질의하자 "지난해 대법원이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것은 실체적 결정으로서는 옳지만, 관할권을 위반한 의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긴급조치의 법규범적 성질을 부정할 수 있다면, 대법원이 관할권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맞지만, 긴급조치는 법률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이동흡 재판관이 "유신헌법은 국민투표로 확정된 헌법으로 민주적정당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당시 국민투표가 실시된 것은 맞지만 그 외의 모든 절차는 무시됐으며, 투표로 나타난 의사도 진정한 국민의 의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시 개헌 등의 모든 재량권은 대통령에게 있었고, 유신헌법의 확정 의사도 국민이 아닌 대통령의 의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유신헌법과 같은 비극은 1회성으로 끝나야 한다"며 "헌법재판소는 헌법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관으로, 유신헌법은 헌법이 아니라는 판단을 헌법재판소가 내려줘야 하고, 적어도 유신헌법의 핵심인 53조에 대해서 만이라도 위헌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지난 1972년 제정된 유신헌법 53조와 유신헌법하에서 발동됐던 긴급조치 1, 2, 9호에 대한 위헌여부를 심사했다.
유신헌법 53조는 대통령이 위기라고 판단될 경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1974년 발령된 긴급조치 1호는 유신 헌법 비방과 유언비어 날조 · 유포 등의 금지를, 2호는 긴급조치 위반 사건의 심판권한을 비상 군법회의에 부여했으며, 9호는 집회 · 시위 등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청구인 오종상씨는 유신헌법 53조가 법치국가의 제도적 기초를 부정하고,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에서 정한 요건 조차 갖추지 못한 채 발동된 것으로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긴급조치 1호에 대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유신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에도 위반된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이날 공개변론에는 헌재 초청으로 방한 중인 제프리 미니어 미국 연방대법원장 자문관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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