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기업들의 중동지역 진출을 지원하겠다며 진행한 수요조사에서 정작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외면한채 진출 능력이 있는 대기업을 위주로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신재생에너지와 반도체 등 양국 협력 유망 분야 관련기업에게 임대공간을 지원한다는 취지가 무색하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대기업 입주에 큰 비중을 두고 사업을 시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지식경제부와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 민주당 조경태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마스다르(Masdar)에 센터를 건립해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그린비즈니스 중동진출 기반 조성 사업'에 2012년 121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이는 지난 2009년 UAE 원전 수주 결정 당시 지경부 장관과 UAE 외무장관이 체결한 6대 분야 경제협력 MOU에 따른 후속 조치다.
2010년 12월부터 시작된 종합계획 수립과 사업타당성 조사 진행과정에서 147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마스다르가 판매시장과 거래처 접근이 불편하다며 13%만 진출 의향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설문조사를 한 182개 기업 중 134개가 대기업이고 31개가 중소기업, 나머지 17개가 연구소 등 기타 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환 의원은 "진출 능력이 충분한 대기업을 위해 정부가 센터까지 지어가며 지원해줄 필요가 있냐"며 "애초에 대기업 입주에 큰 비중을 두고 사업을 시행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지경부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해외진출을 잘하지 않는다"며 "이번 수요조사는 진짜 가려는 기업에 대한 것이 아니라 중동에 대한 기업의 의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009년 11월에 UAE 최대국영회사인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중동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센터를 신규로 짓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의원은 "두바이에서 코트라가 운영하고 있는 '수출인큐베이터'도 입주율이 20% 밖에 안된다"며 "센터를 신축하기보다 중소기업들이 수출인큐베이터를 일부 활용하도록 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예산을 받고 건설에 대한 특수목적법인(SPC)를 구성한 이후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동 진출에 대한 수요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