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이어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종합대책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카드사들이 수익보전을 위해 앞다퉈 장기 무이자 혜택을 쏟아내면서 고객들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려 10개월 등 장기 무이자 혜택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들을 빚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어 결국 가계 빚만 더 늘리는 것 아니냐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 카드사, 장기 '무이자'할부 쏟아내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부터 중소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하고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방안이 본격 시행된다.
또 금융당국이 지난달 체크카드 활성화를 골자로 내 놓은 '신용카드 종합대책'으로 돈 되는 신용카드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 KB국민, 현대카드 등 카드사들이 올 들어 무이자 할부 이벤트로 소비를 늘리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10개월 장기 무이자 혜택은 일부 고객들에게 과소비를 조장, 가계부채를 더 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해당 지점에서 가전제품 30만원 이상 구매 시 10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KB국민카드도 일부 온라인쇼핑몰에서 20만원 이상 구매 시 10개월 무이자를 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카드는 특정 회사의 전자제품을 5만원 이상 결제 시 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준다. 5만원을 6개월 무이자로 결제했을 때 한 달 결제금액이 만원 미만인 셈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최근 금융당국이 신규발급을 제한하면서 카드사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며 "기존 고객을 확대하고 심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무리하게 무이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무이자'..고객 혜택? 과소비 조장?
그러나 무이자가 제공되는 품목을 보면 온라인쇼핑몰, 미용 등이 대부분이어서 생계가 아닌 자칫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 황 모씨는 "요즘은 5만원 이상 구매할 때 할부로 안사면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며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하는 건 개인의 몫이지만 장기 무이자 할부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사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 모씨도 "없으면 안써야 하는 게 맞는데 10개월씩 할부하면 당장 부담되는 게 크지 않아 소비를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카드사도 '무이자 할부'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다른 카드사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는데 특정카드사는 하지 않으면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카드사들이 서로 경쟁을 하다보니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카드사들의 경쟁으로 소비자가 더 큰 혜택을 받는 듯하지만 실제는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 사무총장은 "현재 무이자로 인해 고객대신 카드사가 부담해야하는 대출비용은 가맹점에서 일부 부담하는 형식"이라며 "무이자 혜택이 1차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득'되는 면도 있지만 더 들여다보면 제조사나 가맹점에서는 카드사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제품가격에 반영해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가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과다한 무이자 할부에 대한 부작용을 인정하지만, 직접적인 제한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익성이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무이자 할부에 대해 카드사들도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며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소비자들의 과소비 등 부작용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무이자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후생을 위한 시장경쟁을 억제할 수 있기때문에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이자 할부도 마케팅부분에 포함되기 때문에 마케팅부분을 수익부분의 일정범위(20~25%) 내에서 감독한다는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따라 간접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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