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지난달 26일 교육과학부는 ‘인터넷 게임 중독과 뇌, 폭력성과의 연관성’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의사들에게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게임 중독자들의 뇌반응 연구 등으로 게임 중독이 폭력성과 관련돼 있는 증거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 징관의 요구는 게임과 폭력성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자료가 아직 없고 따라서 교과부가 게임을 규제할 근거가 부실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오히려 해외에서는 게임이 폭력과 관련이 없거나 오히려 게임이 폭력 사건을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는 등 게임과 폭력의 상관관계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교과부는 또 한국 청소년들과 핀란드 청소년의 평균 게임시간을 비교해 보니 한국 청소년들이 게임시간이 더 많아 학교 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의사들에게 “우리 학생들의 하루 평균 게임시간은 46분으로 핀란드 10분보다 지나치게 많다”며 “게임을 오래 하는 게 문제”라고 콕찍어 지목했다.
지난 6일 정부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교과부가 인용한 세계 청소년 게임 평균 이용 시간은 지난해 12월 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NYPI Youth Report’에 수록된 내용이다.
이 리포트에는 국가별 15~24세 집단의 컴퓨터ㆍ비디오 게임 하루 평균 이용시간이 나와있다.
한국은 46분이고 핀란드는 10분, 미국은 25분, 영국은 6분, 독일은 13분, 스웨덴은 9분이었다.
이 주장은 굉장한 설득력을 얻어, 한 일간지가 이른바 '게임 중독'에 대한 비판 기사에서 그대로 받아쓰기까지 했다.
하지만 교과부의 주장은 현재의 사실과는 다른 것이다.
‘NYPI Youth Report’는 ‘2004년 청소년 생활시간 활용실태 보고서’에서 세계 평균 게임 시간을 인용하고, ‘2004년 청소년 생활시간 활용실태 보고서’는 2000년에 집계된 유럽 통계를 사용하면서 교과부는 10년 이상 지난 과거 데이터를 들이댄 것이다.
실제로 2007년 핀란드 대학에서 조사한 ‘핀란드 게임문화에 대한 국제연구(http://tampub.uta.fi/tup/978-951-44-7141-4.pdf)’에 따르면 핀란드의 15~24세 남자는 컴퓨터 게임이나 비디오 게임을 일주일에 8.7시간, 하루 1시간 17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뿐 아니라 영국,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한 최근 자료에서는 청소년의 하루 게임 이용 시간이 약 2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청소년들의 게임 시간은 외국에 비해 많지 않고, 특정 국가와 비교해서는 오히려 적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안 누리꾼들은 교과부가 게임 규제를 위해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왜곡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교과부의 게임 규제 근거가 '의도성이 농후한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교과부가 주도하는 게임 규제안은 일사천리로 여당에 의해 특별법으로 발의됐다.
특별법 안에는 온라인 PC뿐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까지 ‘쿨링오프’ 시스템을 적용하고 게임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는 등 국내 게임산업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교육과 사회 복지 시스템은 핀란드의 발끝에도 못 미치면서, 게임 시간만을 핀란드와 비교하려고 한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은 교과부가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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