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비리 핵심 인물들이 수사 직전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검찰 수사가 상당기간 지연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에는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의 교차 증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영업정지 직전인 지난 5일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에서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자금관리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의심받는 이동조 전 제이엔테크 회장이 박 전 차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던 지난달 25일 중국으로 출국한 뒤 잠적한 상태다.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달리며 박 전 차관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현 정권 실세를 동시에 구속기소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 수사의 '옥의 티'로 지적된다. 박 전 차관의 또다른 검은 돈 의혹이 당분간 규명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리 핵심인물들의 해외 도피는 검찰 수사에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혐의가 입증된 피의자 신분이면 범죄인 인도 청구 등의 조치가 가능하지만 이 회장처럼 참고인 신분이면 이마저 쉽지가 않다.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의 EBS 이사 선임에 대한 청탁사건과 CNK인터내셔널의 주가조작 사건이 핵심인물들의 해외 도피로 수사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학인 이사장이 EBS 이사에 선임되도록 힘을 써주는 대가로 2억원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정용욱씨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9월 태국으로 출국해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을 오가며 몸을 숨기고 있다.
CN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오덕균 대표도 해외에서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활보하고 있다. 그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월 카메룬으로 출국했으며 현재도 카메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3월7일 오 대표에 대해 인터폴에 공개 수배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검거되지 않고 있다.
이같이 사건 핵심 인물들의 수사 전 또는 수사 직후 출국이 잇따르자 검찰 수사 기밀이 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사건들 자체가 권력형 비리로 사전에 검찰 수사의 낌새를 여러 경로로 감지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검찰관계자는 “검찰 수사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관계자는 “해외 도피 중인 비리 관련인물들은 사업이나 여행 등 우연히 해외로 나가 있다가 검찰 수사 상황이 알려지면서 그대로 눌러 앉거나 잠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인물들인 만큼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신분에 맞게 귀국시키는 절차를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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