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 등 금융 선진국들은 자국 금융감독체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개편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시스템리스크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안정감시위원회를 신설했다. 또 소비자보호를 위해 연준(FRB)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국을 만들었다.
영국은 통합형 금융감독기구의 상징이었던 금융감독원을 건전성 감독기구와 행위규제기구로 분리했다.
이처럼 위기 발생 이전에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감독체계에 대한 필요성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3년 카드대란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 이르기까지 매번 위기 때마다 감독체계의 부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최근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당위성을 입증했다. 금융기관에서 불법대출과 편법증자, 금융사기, 정계로비가 발생할 동안 금융감독기구의 기능은 유명무실했고 소비자들의 피해만 커졌다.
현 금융감독 체계는 지난 1997년 말 꾸려졌다. 감독 관련 여러 기구를 통합해 정부가 관리하는 영국의 통합형 감독체계와 유사한 구조를 채택했다.
하지만 통합형 감독체계가 감독권을 독점해오면서 독점성과 경직성에 따른 여러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또 시장 불공정성에 엄정한 규제와 제재가 실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소비자보호 기능에 취약하다는 점 역시 문제다.
금융감독체계는 각국의 특성과 금융환경 변화를 잘 어우를 수 있도록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
한국 역시 15년 전에 만들어진 통합 금융감독체계를 현재의 여건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정권 말기에 칼을 들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2000년 신용금고들이 대주주들에게 불법대출해 영업정지된 이후 국무회의에서 금융감독조직 개편을 위해 TF를 구성한 바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 이후에도 TF가 꾸려졌지만 모두 별 다른 변화없이 해체됐다.
금융리스크가 발발할 때마다 나오는 감독체계 개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어려운 것은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이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은 각 기관 간 복잡한 이해관계 조율이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한국금융학회는 지난 8일 특별 정책심포지엄을 열고 금감원을 둘로 쪼개는 쌍봉형 감독체계를 제안했다.
어떤 체계가 옳고 그르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금융당국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체계개편 논의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체계의 부실을 인정하고 재빠르게 변화를 꾀하는 국가와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국가, 이것이 금융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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