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1년①)빛바랜 장밋빛 전망..무역흑자폭 '급감'
선박·반도체 등 주력수출품 부진..무역수지 곤두박질
2012-07-02 07:30:00 2012-07-02 07:3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2일로 1년을 맞았다.
일자리는 물론 경제성장률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란 게 당초 체결의 명분이었다. 국민들은 믿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공언과는 다른 결과 때문에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유로존 위기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한-EU FTA의 긍정적 효과들은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유로존 위기의 먹구름이 걷힌다면 각종 지수들이 회복하겠지만 한계는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뉴스토마토에서는 한-EU FTA 체결 1주년을 맞아 한-EU FTA가  1년 동안 한국경제에 끼친 영향과 현주소 그리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6% 성장하고, 일자리 25만개가 창출되며, 15년간 연평균 무역수지 3억61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다"
 
미국 다음으로 거대한 세계 시장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이처럼 화려한 장밋빛 전망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발효 1년이 지난 지금 기대만큼의 성과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은 오히려 줄었고, 무역 흑자폭도 크게 감소했다.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파악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유럽 재정위기라는 예측하지 못한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유럽과 함께한 한국
 
EU는 단순히 여러나라나가 모인 경제공동체로 보긴 어려운 상대다. 2010년 한국이 GDP는 7650억 유로로 EU 전체 GDP 12조2570억 유로의 6.2%에 불과하다.
 
EU 27개국의 총인구는 2010년에 5억명을 돌파했고, 25~54세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84.9%로 76.4%인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 제품을 소비할 인구와 소비능력을 충분히 갖춘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협상 당시 EU와의 FTA가 미국과의 FTA못지 않게 주목받은 이유다.
 
그러나 그 1년의 성과는 실망스럽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한EU FTA 1년 성과' 자료에 따르면 FTA가 발효된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6월15일까지 대(對)EU 수출은 FTA가 발효되기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2.1%가 줄었다.
 
수출이 줄자 무역수지도 곤두박질쳤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흑자기조는 유지했지만, 전년동기 140억달러였던 무역흑자는 18억달러로 추락했다.
 
FTA를 하면 수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자동차 선방..선박·반도체 등 주력수출품 부진
 
품목별로 희비는 엇걸린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석유제품 등은 FTA 이후 수출이 크게 늘었다.
 
자동차는 38.0%, 자동차 부품은 15.8%, 석유제품은 23.9%나 수출이 늘었다. 특히 석유제품 중 가격탄력성이 높은 폴리에스터는 이탈리아에서 한국산 점유율이 3위에서 1위로 뛰었고, 벨기에에서는 수입시장의 80%까지 점유하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선박은 FTA 체결 이후 수출이 47.3%나 줄었고 무선통신기기는 40.7% 감소했다. 반도체 역시 44.1% 감소하는 등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감소가 적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무역 흑자폭의 감소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유럽의 수입위축과 선박 수출의 감소 등의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전반적으로는 EU의 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교역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들이 백색가전이나 선박 등 경기에 민감한 품목들이 많기 때문에 유럽 경제의 악화는 수출입에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FTA이후 유럽산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흑자폭을 줄이는데 한 몫 했다.
 
유럽에서 상당수 수입하던 와인은 FTA 이전보다 수입금액이 40%나 증가했고, BMW·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 등 유럽 고급승용차들의 국내 판매량은 FTA이후 11개월간 19.1%(미국생산 차량 제외)나 늘었다.
 
유럽 재정위기와는 별도로 선진국과의 FTA가 근본적으로 가진 문제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FTA는 우리보다 경쟁력이 나은 나라와 하면 이익이고, 높은 나라와 하면 손해인 구조"라며 "우리보다 선진국인 EFTA와의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였던 점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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