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에 발맞춰 올 상반기 카드사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하이브리드 카드를 내놨지만 거의 존재감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소비자들이 이미 후불제인 신용카드에 소비패턴이 맞춰져 있어 하이브리드카드로 이동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기대가 빗나간 셈이다.
하이브리드카드란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을 모두 갖춘 카드를 말한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 KB국민, 하나SK 등 카드사들이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카드를 출시했다.
금융당국이 체크카드 활성화를 골자로 한 신용카드 대책을 발표한 지 3~4개월만이다.
하지만 수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하이브리드 카드에 대해 카드사들은 홍보를 적극 나서기 꺼리고 있으며, 소비자들 역시 하이브리드 카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는 형국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에 체크기능을 추가한 하이브리드 카드의 경우 혜택은 신용카드와 다르지 않게 제공하지만 가맹점 수수료는 신용카드보다 적은 체크카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시장경제논리만 생각했을 때는 카드사 입장에서 신용카드가 더 많은 수익이 되지만 가계부채를 줄이고자 하는 당국의 취지에 따라 (당국의 뜻에 따라) 하이브리드 카드를 내놨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의 수익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수익원이다.
현재 연매출 2억원 미만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6~1.8%인 반면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이 보다 0.6~0.8%포인트 낮은 1%가 적용되고 있다. 체크기반 하이브리드 카드 역시 신용카드보다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사실상 체크카드인 하이브리드 카드에 신용카드에 버금가는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신용카드의 혜택을 포기하면서 까지 옮길 생각은 없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박 모씨(33)는 "기존 신용카드보다 혜택이 많다면 하이브리드카드 사용을 생각해 볼 수는 있겠지만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며 "이미 신용카드로 한 달 뒤에 결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체크카드를 쓴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이브리드 카드를 내세워도 신용카드의 혜택을 낮추지 않고 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상품의 절대적인 가격은 같더라도 결제수단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상대적 가격이 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