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삼성가(家)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싼 재판에서 고(故)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자식들에게 차명주식을 분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상속과정에서 차명주식의 존재를 이맹희씨가 알았다는 주장으로 상속회복 청구권의 제척기간과 직결되는 주장이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 여부는 이번 소송의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쟁점으로, 이를 두고 재판 전부터 양측이 치열하게 주장이 대립됐던 부분이다.
◇"선대 회장, 자녀들에게 차명재산 나눠줘"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 측 대리인은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재판장 서창원)심리로 열린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의 세 번째 변론기일에서 "선대 회장은 자녀들에게 차명재산을 나눠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맹희 씨의 아들인
CJ(001040)그룹 이재헌 회장은 안국화재 주식 9만주를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받았고, 다른 자식들도 상속받았던 차명주식을 1997년도에 실명전환한 사례가 있다"면서 CJ측 비자금 수사와 관련된 기사와 판결문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맹희씨 측은 "소송 당사자는 맹희씨인데 왜 아들까지 끌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며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답변은 다음기일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회장 측은 "아들이 차명주식을 상속받았는데 그 아버지가 모를 리가 있는가"라며 "9만주 차명주식 상속 부분은 CJ그룹에서 직접 밝힌 자료"라고 몰아붙였다.
이번 소송의 또 다른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맹희씨와 숙희씨가 준비서면을 통해 이 회장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한 주식이 과연 상속재산인지 여부로, 이 쟁점을 두고도 양측의 날선 공방이 오갔다.
◇"삼성전자 주식의 상속재산 여부 두고도 대립"
이 회장 측은 그동안 "맹희씨 등이 유산이라고 주장하는 삼성전자 주식은 상속재산이 아닌 상속재산을 처분한 뒤 차명으로 보유하던 별도 주식"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측이 이날 공개한 '삼성전자·
삼성생명(032830) 차명주식의 실명전환 주주내역'이 차명주식과 상속재산의 동일성을 판가름할 변수로 떠올랐다.
재판부도 "이번 소송의 핵심은 '차명주식'이라며 "이 회장 측에서 제시한 실명전환 주주내역이 사실이라면 '상속재산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회장 측에게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한 주주내역에 나와 있는 명의신탁자들의 명단과, 그들의 주식 취득 일자를 밝히라"고 명령하면서 "그들이 선대회장 사망 이후에 주식을 취득했다면 '동일성 여부'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맹희씨 측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식은 오래 전부터 차명상태로 관리되어온 재산"이라며 "관리방법을 변경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과 맹희씨, 다른 형제들간의 '상속재산분할협의서'의 진정성 여부도 논란이 됐다.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차명주식 언급 없어"
이날 맹희씨 측은 "이 회장이 제출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어디에도 차명주식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 회장 측 주장대로 이 회장이 단독 상속했다면 재산분할 협의서에 '나머지 상속재산 일체를 이건희에게 귀속한다'는 한 문장만 넣으면 되는데 그런 내용은 적시되지 않았다"며 "이는 유족들 간에 차명주식에 대한 분할협의가 없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은 "삼성그룹의 유산상속은 일반적인 상속과는 다르다"며 "선대회장은 자식들 간에 유산을 공평하게 분배하지 않고, 이 회장에게 삼성의 발전을 위한 경영권 및 주식을 포괄적으로 승계함으로써 후계 체계를 정립했다"고 맞받았다.
이어 "선대회장의 유지에 따라 상속인들이 개별적으로 내용을 확인한 이후 순차적으로 협의서에 날인했고, 결국 공동상속인들 전원이 이의 없이 날인해 완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가 맹희씨 등이 신청한 '삼성비자금 특별검사' 당시 사건 기록에 대한 증거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다음기일인 다음 달 29일에 특검 기록이 공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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