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춤 속에 깊이 빠져든 음악
제9회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
2012-07-30 12:39:52 2012-08-12 15:02:17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발레와 클래식은 현재는 별도의 장르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본래 두 장르는 한데 엮여 있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작곡가들은 춤을 염두에 둔, 수많은 콘서트 음악들을 작곡했다.
 
춤과 음악의 자연스러운 조우. 올해로 9회째를 맞는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초점을 맞춘 지점이기도 하다. 올해 주제는 '춤에서 춤으로'다. 여러 세기를 거쳐 작곡된, 춤을 모티브로 삼은 다양한 음악들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다. 
 
특히 28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공연된 '저명연주가 시리즈'에서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무대가 꾸려져 눈길을 끌었다. 독주자 혹은 2~9명의 실내악 주자들과 무용수 1~2명이 무대에 함께 올라 8개의 소품을 총 2시간에 걸쳐 상연했다. 소규모 공연장에서만 가능한, 단촐한 아름다움이 있는 무대였다.
 
◇ 춤을 유발하는 실내악 공연들
   
공연은 번스타인의 마지막 작품인 관악 5중주를 위한 <춤 모음곡>으로 시작했다. 이 곡은 1989년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ABT)의 5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작곡됐다.
 
ABT의 무용수 혹은 안무가들에게 헌정하는 곡으로, 안무를 곁들이기에는 짤막하나 특유의 유머로 활기를 불어넣는 소품들이다.
 
제임스 로스와 레이몬드 리코미니의 트럼펫 연주, 자비어 간다라의 호른 연주, 웨스턴 스프로트의 트롬본 연주, 매튜 길포드의 베이스 트롬본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된 옴니버스식 공연이 완성됐다.
 
파가니니 이후 세대로서 주목받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비에냐프스키의 곡 <에튀드-카프리스>도 눈길을 끌었다. 제1바이올리니스트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개성만점 연주가인 권혁주가 맡았고, 제2바이올리니스트는 순수 국내파로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신현수가 맡았다. 
 
특히 권혁주는 활을 가볍게 튕기는 기법인 스피카토와 저음역에서 일관된 반주 패턴을 유지하면서 고음역 선율을 연주하는 고난이도 기술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에른스트의 <여섯 개의 대위법적 습작> 가운데 무반주 바이올린 레퍼토리 중 최고의 난곡 중 하나로 꼽히는 '여름의 마지막 장미'는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가 연주했다. 복잡한 현 교차와 부드럽게 흐르는 아르페지오, 그리고 현을 손가락으로 퉁겨 연주하는 피치카토 선율은 화려함의 절정을 이뤘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의 정확한 주법은 화려함 속에 관객을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게 했다.
 
루이스 클라렛이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BMW 1007>은 공연 중간 숨고르기 역할을 했다. 바흐의 첼로 모음곡 중 전주곡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특정한 춤곡 리듬을 띄지 않는 자유로운 악곡이지만 다양한 춤곡으로 이어지는 가교역할을 하는 곡이다. 이날은 세계적인 연주자인 루이스 클라렛이 등장했는데 특유의 우아하고도 지적인 연주가 돋보였다.
 
◇ 춤과 음악의 아름다운 어울림
 
낭만주의 발레곡의 정수인 아돌프 아당의 <지젤> 파 드 되(2인무)를 필두로 무대 위에 본격적으로 춤이 등장했다. 김주원과 이동훈의 춤은 비올라(토비 애플)와 피아노(에반 솔로몬)의 몽환적인 선율과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나 이날 단연 돋보인 것은 세계 3대 발레단 중 하나인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ABT)의 스타 부부, 이리나 드보로벤코와 막심 벨로세르코프스키였다.
 
이리나 드보로벤코는 무대 위에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관객을 압도했다. 공연한 작품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음악에 맞춰 미하일 포킨이 안무한 <빈사의 백조>였다.
 
<빈사의 백조>는 모든 발레리나가 춤추기를 꿈꾸지만 오직 최고의 실력자만이 공연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드보로벤코는 발과 팔의 각기 다른 놀림 속에 차차 스러져 가는 한 마리의 아름다운 백조를 시적으로 표현해냈다. 마지막 고개를 떨구는 장면에 공연장 분위기는 한순간에 숙연해졌다.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이후 브리얀체프가 안무한 <유령의 무도회>에서 발췌한 다섯 개의 파 드 되와 조지 발란신이 안무한 <아폴로 바리에이션과 '아폴로' 파 드 되>에서도 드보로벤코는 막심 벨로세르코프스키와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분명한 해석이 들어간 안무 속에서 탁월한 기량의 무용수들이 노니는 모습은 관객을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했고, 무려 4번의 커튼콜을 이끌어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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