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지난 1976년 도입 당시 10%대의 고금리를 보장해 '신입사원 1호 통장'으로 불릴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재형저축(근로자 재산형성저축)이 18년만에 부활한다.
재형저축은 정부가 시중금리 초과분을 보전해줄 수 있는 재정여력을 상실해 1995년 폐지됐다. 하지만 최근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육박하고 저축률이 크게 하락하자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비과세 재형저축을 신설, 내년 1월부터 재형저축을 재도입할 계획이다.
◇총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최장 15년간 비과세
8일 정부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재형저축 가입대상은 근로자의 경우 총급여 5000만원 이하, 자영업자는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로, 세대별 합산이 아닌 인별 과세이므로 부부 모두 소득기준만 맞다면 각자 가입할 수 있다.
운용대상은 모든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적립식 저축으로,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농협·수협·신협, 새마을금고, 보험사, 우체국, 증권사, 종금사 등 모든 금융회사에서 재형저축을 판매할 수 있다.
재형저축은 이자와 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연간 최대 1200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다. 저축기간은 최장 15년으로 만기 10년 도래시 1회에 한해 5년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10년 이내에 중도 인출하거나 해지할 경우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이 추징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도 인출 및 해지에 따른 추징 세율 등 세부사항은 입법예고 전까지 확정해 입법예고시 관련 조례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재형저축 비과세 혜택은 내년 1월1일 이후 개설된 재형저축 가입분부터 2015년 12월31일 가입분까지만 적용된다.
◇ "재형저축 고금리 기대하기 어려워"
재형저축의 부활로 고금리 저축상품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이번 재형저축은 과거만큼 고금리를 보장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정부가 높은 금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려금 지급 등 재정 투입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근로자 목돈마련과 주거안정을 위해 장려금까지 지급하며 재형저축을 마련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방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형저축의 금리수준은 결국 가격인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은행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결국 내년에 출시될 재형저축은 정부의 지원 없이 시중금리 수준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서민들이 실질적으로 얻게 될 혜택은 고금리 보다는 비과세에 따른 이자 혜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아직 재형저축 상품 개발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 모두 현재까지 재형저축 상품 개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재형저축 상품 개발은 구상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상품 구성이 복잡하지만 않으면 상품 개발에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으므로 내년 도입 시기에 맞춰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아직 새로 도입될 재형저축에 대한 기준 등 법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구체적인 상품 논의는 없는 실정"이라면서 "재형저축 상품이 출시되더라도 과거 재형저축과 같은 고금리는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중 재형저축 상품 개발을 검토 중인 곳은 없는 걸로 안다"며 "상품 계획 방향이 나온 것이 없어 금리 수준을 논의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면 재형저축도 고금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비과세 재형저축 도입은 저축률 제고에 따른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며 "서민들은 비과세에 따른 이자혜택을 볼 수 있고 은행들은 장기예금 보유로 리스크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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