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기획재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금융세제 전반에 대한 손질을 시도하면서 금융권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재정부가 금융소득 종합과세기준과 주식양도차익과세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하고, 연금세제까지 대폭적으로 개편하기로 하면서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권 전반에 걸쳐 금융상품들이 한꺼번에 폐지되거나 신설되는 등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관가에서는 금융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한 재정부가 차기 정부에 있을 부처 조직개편에서 금융부분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국제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정책분야를 금융위원회에 떼어준 재정부가 다음 정부의 조직개편에서 다시 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14일 정부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올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이후 주요 시중은행 및 증권사 PB창구에는 자산가들을 비롯해 달라진 세법에 따른 투자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금융상품에 대한 세금변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즉시연금 등 자산가들이 선호하던 상품에 세금이 붙고, 각
종 소득공제혜택이 있던 장기채권, 장기저축성보험, 물가연동국채 등에도 세금부담이 발
생하게 되며, 비과세 재형저축과 장기펀드 소득공제 등은 신설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상품 설계에 있어서 금리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금"이라며 "재정부가 세법을 손대면 모든 금융상품이 변할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 금융세제로 금융 쥐락펴락하는 재정부
기획재정부의 금융영향력 강화는 올해 초 재정부 세제실 산하에 '금융세제팀'을 신설할 때부터 예견됐다.
당시 재정부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상품은 갈수록 복잡다양화하는데 반해 금융세제는 뒤쳐져 있다고 판단, 금융세제만을 전담하는 별도의 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재정부의 금융세제팀 신설에 위기감을 느낀 금융위원회가 뒤늦게 내부에 금융조세팀을 만들어 맞대응했지만, 세법을 직접 입안하는 재정부의 힘에는 미치지 못했다.
일례로 체크카드 소득공제 문제만 하더라도 금융당국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30%에서 40%까지 올려야 한다며 공제율 상향을 꾸준히 제기해왔으나 재정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까지 나서서 체크카드소득공제율 상향 분위기 조성에 나섰지만, 재정
부는 그 때마다 묵묵부답이었다. 금융감독은 금융위가 하지만, 세법을 만드는 것은 재정
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결국 뚜껑이 열린 올해 세법개정안에도 체크카드소득공제율 상향은 포함되지 않았다. 재
정부는 당초 소신대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만 소폭 하향해 체크카드와의 차별화를 유도하는 선에서 카드공제혜택 조정을 끝냈다.
오히려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을 높여 체크카드로의 유인효과가 없을것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 금융감독체계개편안도 맞물려
최근 금융권의 정책실패와 부정부패 문제는 금융부문의 재정부 흡수통합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최근의 양도성 예금증서(CD)금리 담합논란 등으로 금융당국의 체면은 이래저래 바닥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가계부채문제는 국가신용도를 떨어뜨리는 최대 위험요인이면서 실물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경제·재정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부가 금융정책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한국금융학회는 지난 6월 발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서 대통령직속합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금융위원회를 재정부와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와 금융 두 부문 동시에 전이되는 모습을 봐왔다"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금융위를 재정부로 이관하는 것도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조직개편 이후 금융부문 문제가 악화됐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금융정책을 다시 흡수하는 조직개편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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