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이 지난달 정부가 내 놓은 2012년 세법개정안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기 전에 조세연구원 및 민간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비판은 이례적이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재정포럼 8월호에 게재한 '2012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통해 정부 세법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정부 세법개정안 중 특히 기업부문에서의 고민이 적었음을 꼬집었다.
전 연구위원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중견기업 지원 등 투자활성화 정책 등은 효과성에 의문이 있으며, 부작용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의 경우 기본공제의 고용유지 조건을 폐지한 것은 과거 상시적 세부담 감면제도 역할을 수행하다 종료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사실상 부활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런 방식은 과거 경험을 고려할 때 상시적 지원제도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 비과세·감면 축소라는 장기적인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며 "더구나 불황기 투자확대가 목표라면 일반적인 세액공제제도보다는 단기간 감가상각비 즉시상각제도를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고용이 감소하면 받을 수 없었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기본공제를 고용인원이 줄더라도 공제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수정했다. 이에 따라 직원을 자르더라도 고용창출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 연구위원은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현행 매출액 1500억원 이하에서 2000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기업을 통한 광범위한 부의 상속을 유발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 연구위원은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영속성을 해칠 수 있어 가업상속공제제도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커지는 중견기업의 경우 소유주와 기업의 영속성과의 관계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소득세 및 법인세 세율과 과표구간 조정방안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 제외된 점도 "아쉽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말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 및 법인세율 구조조정이 이뤄져 개편의 시급성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국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재정건전성 확보와 늘어나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정치권에서 고소득자와 대기업 증세를 중심으로 한 소득세 및 법인세의 세율조정이나 과표구간 조정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쏟아지고 있다.
어차피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라면 정부가 침묵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전 연구위원은 정부가 서민생활을 지원하겠다며 내 놓은 재형저축 부활방안과 장기펀드 소득공제 신설방안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 연구위원은 "정부가 장기주택마련저축 비과세 제도를 종료하고, 장기펀드 소득공제를 신설했지만, 그 목적이 뚜렸하지 않다"며 "투자대상의 차이만 있을 뿐 어떤 요인이 정책변화를 초래했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촌평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지출의 성과관리제도를 세제부분에도 도입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재정지출은 부처가 직접 집행·관리할 수 있지만, 조세지출은 민간행위에 의해 결정돼 부처의 조절이나 관리기능이 거의 없다"며 "조세지출 관련 자료도 대부분 국세청을 통해 집계될 수 있어서 재정지출과 같이 부처의 관리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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