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금융위기 이후 불황의 터널이 길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4년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부동산시장은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가격은 매수세를 살릴 수 있을 만큼 하락하지도 않고 버티고 있다. 일찌감치 사망선고를 받았던 외환위기 당시보다 부동산업계의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1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997년 12월 IMF 구제금융 신청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39.7이다. 외환위기 이후 전반적이 하락세 속에 저점(33.3)을 확인하는데 11개월이 걸렸고, 제자리를 찾아오는데 2년7개월이 걸렸다.
반면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은 산발적 호재와 외환위기 학습효과에 따라 등락이 있었지만 4년이 지난 현재도 저점을 확인하지 못하고 하락 중에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은 불황은 외환위기 당시보다 장기화되고 있지만 하락폭은 오히려 작다. 외환위기 이후 저점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6.3%나 떨어졌지만 금융위기 이후 지난 8월 현재까지 아파트값은 5% 하락하는데 그쳤다.
서울디지털대학교 김준환 교수는 "국민은행 통계는 호가(부르는 가격)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거래가 하락폭은 더 크다"며 "호가 평균 -5%와 -16% 사이에 실가래가 하락폭은 상상 이상으로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가온AMC 이정찬 대표는 "전반적으로 아파트값이 폭락했던 외환위기 당시하고는 상황이 다르다"며 "당시 국가경제 부도상황에 직면하며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를 던질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투자로 매입한 주택을 제외하면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제 전반적인 내수 침체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은 낮은 상황이지만 가격 조정이 답보상태를 보이며 거래시장 위축 현상만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구 서초동 ‘ㅂ' 중개업소 대표는 "서서히 목을 조이는 꼴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괴롭게 질식사하고 있는 중"이라며 "경제상황과 기대감에 맞는 가격접점이 있는데 매도·매수자간에 시장을 보는 눈이 달라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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