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사가 실수로 피고인의 주소를 잘못 기재하고, 법원이 이에 대한 확인 없이 공시송달을 거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선고를 내린 하급심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3)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주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시송달을 거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한 소송절차는 위법하다"며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가 공소제기 당시 공소장의 피고인 거주지에 아파트 '동' 기재를 빠뜨린 잘못으로 공소장 부본 등이 '주소 불명'으로 송달불능된 이상 1심은 검사에게 공소장 기재 주소가 제대로 된 것인지에 관한 보정을 요구하거나 아파트 관할 경찰서장에게 소재탐지촉탁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말소된 주민등록지여서 송달불능되거나 소재 파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곳으로 송달하거나 그 관할 경찰서장에게 소재탐지촉탁 등을 한 것만으로는 1심이 공시송달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1심이 이같이 위법한 공시송달결정에 따라 공소장 부본과 공판기일소환장을 송달하고 피고인이 2회 이상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출석 없이 심리·판단했다면, 이는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으로 그 소송절차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06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의정부에 있는 한 간장판매 영업소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물품 수금대금 25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사는 김씨의 주거지가 'A아파트 1동 307호'인 것을 'A아파트 307호'로만 공소장에 기재했고, 1심 재판부는 2회에 걸쳐 이 주소로 공소장 부본을 송달했으나 주소불명으로 송달불능됐다.
이후 검사는 김씨의 주소를 김씨가 이전에 살던 경기 양주시로 보정했으나 이 주소는 이미 2010년 4월 말소된 주소여서 수취인불명으로 송달불능됐으며, 관할 경찰서인 양주경찰서에서 소재탐지를 의뢰했으나 ‘소재탐지 불능’ 회신을 받았다.
이에 1심 재판부는 2010년 12월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했으나 김씨를 찾을 수 없자 공소장 부본을 공시송달로 하고 김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연 뒤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이에 김씨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형을 선고하자 김씨가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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