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대출을 미끼로 예금 가입 등을 강요하는 금융상품 구속행위, 이른바 ‘꺽기’를 하다 적발된 은행들의 관련 직원 징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의도적으로 전산 시스템을 허술하게 운영하며 영업 실적을 강요해 사실상 꺽기를 조장한 은행들이 일선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부터 2개월 동안 8개 은행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구속행위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꺽기 영업을 하다 적발된 기업·농협·SC·부산·수협·씨티·신한은행에 시정조치명령을 지난 5월 내렸다.
금감원은 또 과태료 및 기관주의, 임원 징계 등을 부과하고 각 은행에 내부통제 전산시스템 구축 및 관련 직원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각 은행들은 이에 따라 관련 직원들의 징계에 착수해 신한·농협·수협 등 대부분 은행이 징계 절차를 마무리 했다. 씨티은행은 징계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며, 기업은행은 서면조사 등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들이 스스로의 책임은 회피하고 직원들에게 덤터기를 씌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금융상품 구속행위 기준이 강화되면서 은행의 대출전후 1개월 내에 해당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액이 대출액의 1%를 넘으면 무조건 꺽기로 간주되는데, 일부 은행이 전산 시스템을 제대로 보완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일선 직원들은 구속성 예금 여부와 해당 고객의 대출 현황을 알 길이 없었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감원이 적발한 구속행위 사례들은 대부분 전산시스템 미비로 인해 구속행위(꺾기)라는 인식 없이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라며 “은행 직원들은 꺽기 여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적 압박에 따른 영업지시로 상품을 판매한 것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직원 징계는 부당한 책임 전가”라며 “은행의 시스템 보완 미비와 과도한 성과중심주의를 지양하도록 행정지도를 해나가야 할 금융당국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들에 대한 처벌은 적은 과태료와 주의 정도의 ‘솜방망이’에 그치고 애꿎은 일선 직원들에게 현상의 책임을 전가하는 규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은행에 대한 처벌은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적발된 7개 은행 중 기업은행, 농협은 각 5000만원, SC제일은 3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나머지 은행은 각 2500만원이었다.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483억, 이 중 가장 적은 수협도 315억의 순이익을 남겼다. 이를 감안하다면 과태료 부과는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또 금감원은 일부 은행이 의도적으로 전산 시스템의 보완을 미루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5개 은행의 전산 관리 집행 임원 5명에 대해 견책, 주의조치 정도의 징계만 부과하는데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원들의 호소는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억울할 수 있겠지만 직원들을 면책하면 법 규정이 유명무실해 질 가능성이 있어 징계 권고를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은행법상 구속행위에 대한 과태료는 5000만원 이하로 규정돼 있다”며 “꺽기 영업에 대한 감독·규제를 면밀히 진행하면 규제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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