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국내외 경제 여건과 기업의 채무 부담 능력이 6개월 전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 건전성과 외환 건전성 등 금융시장의 시스템은 안정 기조가 유지됐다.
31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의 '금융안정지도'를 보면 6개월 전7분위를 기록했던 국내외 경제 상황이 8분위로 조사돼 반년 전보다 하방 리스크가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안정지도는 금융 시스템을 구성하는 6개 부문(국내외 경제, 가계, 기업의 채무부담 능력, 금융시장, 외환건전성, 은행건전성)의 안정성을 10분위로 나눠 육각형 지도로 표시한 것이다. 0분위에 가까울수록 안정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유로존 위기 장기화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미국의 재정절벽 현실화 가능성, 신흥국의 성장 부진으로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며 "주요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소 완화됐지만 스페인 등 유럽 국가의 재정문제가 재부각될 경우 불안정성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어 "우리 경제는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됐다"며 "민간소비 위축, 수출여건 악화 등으로 국내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에 머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채무부담 능력도 약화됐다. 같은 기간 6분위를 나타냈던 기업의 채무 부담 능력은 이번 조사에서 7분위로 떨어졌다. 지난 조사에서도 한 단계 밀려난 데 이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은 "세계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재무건전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며 "한계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이 저하돼 도산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는 지난 조사와 같은 8분위를 유지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계속 심화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2년 상반기 1.1% 늘어나는데 그쳐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특정부문의 취약성은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자영업자의 경우 경기상황과 부동산가격 변동에 취약해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채무불이행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과다차입에 의존해 주택을 구입한 가계 역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은행과 외환, 금융시장은 안정 기조를 유지했다. 6개월 전 5분위였던 은행은 이번에 4분위를 기록, 안정성이 더 높아졌다. 자산건전성이 다소 악화됐으나 자금조달구조의 안전성이 제고됐고 수익성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한은은 다만 기업·가계의 신용위험이 상승하고 있어 건전성 악화의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 건전성 부문은 외환 보유액 증가, 외채구조 개선에 힘입어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외 자본 유출로 인한 불안은 남아있다. 한은은 "세계경제 부진이 심화돼 우리나라의 기초 여건이 악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유출돼 외환건전성이 악화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간된 금융안정보고서는 거시 금융안정상황에 대한 평가 보고서로 한국은행법 제 96조에 의거, 국회에 제출된다. 1년에 총 2번(4월과 10월) 발표되며 금융통화의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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