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전자금융거래시 금융기관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10개월 째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전자금융거래 건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해킹 등의 위협도 함께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안은 국회의 무관심 속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마트폰뱅킹 등록 고객은 지난해 2분기 607만명에서 올 2분기에는 1679만명으로 1000만명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뱅킹 이용 금액도 하루 평균 2989억원에서 7900억원으로 2.5배 이상 늘었다.
스마트폰 해킹 등 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거래가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4월 농협의 전산장애 사고 등으로 금융회사의 IT보안 강화 필요성이 커지자 그 해 6월 '금융회사 IT보안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IT보안강화 종합대책'은 금융회사의 IT보안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 강화, 전자금융기반시설에 대한 금융회사의 분석·평가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는 이후 IT보안 관련 모범규준 마련, 전자금융감독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 등을 모두 마치고 올해 1월 18대 국회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18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법안은 자동폐기 됐다.
금융위는 폐기된 법안의 재추진을 위해 또 다시 관계부처 협의 및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지난 7월 동일한 내용의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했다. 개정안은 무리없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19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법안은 현재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관심이 온통 선거에 집중된 데다 전자금융거래시 책임이 무거워지는 금융회사들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사고 발생시 1차적 책임은 모두 금융기관이 지도록 하고, 소비자 잘못도 금융기관이 입증해야 하는 등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스마트폰뱅킹 이용자가 해킹을 당했다면 보안관리를 소홀히 한 금융회사가 고객의 금전적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스마트폰뱅킹 이용고객이 스마트폰을 임의로 개조한 탈옥(루팅)폰을 쓰다 해킹을 당한 경우에도 금융회사가 탈옥폰 여부를 탐지하고 이를 입증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다.
법안 통과시 혼란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 6월부터 금융회사에 스마트폰의 탈옥 여부 및 어플리케이션의 위·변조를 탐지해 차단할 수 있는 보안대책을 마련하고 백신프로그램·보안키패트 제공 등 보안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전자금융거래를 유도한 것은 금융회사"라며 "금융회사가 필요에 의해 전자금융거래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보안 관련 책임도 금융회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당장 오는 8일부터는 스마트폰을 통해 30만원까지 직불결제를 할 수 있다. 직불카드 등 별도의 카드 없이도 앱만 다운 받으면 편의점 등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소액결제가 활성화 될 경우 해킹 범죄 위험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금융회사는 소비자 피해를 배상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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