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일단 만들라고 하니 만들긴 했는데..."
금융사들의 은퇴 관련 연구소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연구소'란 이름에 걸맞게 실질적인 '연구' 역할을 수행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은퇴 인구를 상대로 한 비즈니스 전략을 짜는 본부 역할이 강했다.
퇴직연금 등 은퇴상품 판매를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는 곳이 다수였고, 간판만 덩그러니 달아놓은 곳도 없지 않다.
특히 획일화된 은퇴상품의 다양화와 함께 은퇴준비에 대한 사회적 여론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간판만 연구소?..재탕, 삼탕 해묵은 콘텐츠 반복
삼성생명과 미래에셋 연구소는 연구활동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은퇴연구소의 맏형격인 이들의 대외용 연구보고서 발행 건수는 1년에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연구역할은 아예 지주사 산하 경영연구소나 증권사 내 리서치센터에 맡겨둔 사례도 많았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소장은 "당장은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는 안쓸 것"이라며 "영업지원이 연구소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시중에 공유되고 있는 은퇴 관련 콘텐츠가 차별화 없이 '그 나물에 그 밥'라는 인식이 높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소장은 "업계는 물론 언론에서 나오는 은퇴 관련 콘텐츠는 재탕, 삼탕된 해묵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아직 걸음마 단계..전문성 강화가 과제
금융업계 은퇴 연구소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로 갈 길이 멀다. 특히 연구소 조직이 마케팅 인력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전문성이 낮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경쟁사의 연구소 설립 분위기에 휩쓸려 관련 인력들을 겸직으로 유지시키며 '은퇴'나 '퇴직'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간판만 만들어 놓은 경우도 적지 않다.
지주사 눈치 보느라 막상 설립을 해놓고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금융업계에 은퇴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인력이 몇 명이나 될 지 모르겠다"며 "아직까지는 분위기에 휩쓸려 만든 보여주기식 조직에 불과한 곳도 많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조직은 은퇴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사내외 역량을 끌어모아 고객들과의 접점에 위치한 지점 인력 은퇴 컨설팅 능력을 기르는데 가장 큰 존재의 이유를 찾고 있다.
또 은퇴준비자들이 재무적 준비와 함께 여가, 건강, 문화등 비재무적 은퇴준비에도 큰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 주목해 '행동이슈'에 대한 고민의 폭을 넓히고 있다.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보다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비재무적인 콘텐츠 생성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는 것. 대량화(Mass) 보다는 개인화(Segment) 단위의 접근방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연구소 조직이 아직 걸음마 단계로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면서도 "은퇴연구소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딱딱한 '연구소'의 개념이 아닌 고객과의 접점을 찾기 위한 조직형태를 띄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후 불안감 줄여주고 실질적 도움줘야"
금융업계가 은퇴시장에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부분은 상품의 다양화다.
현재 은퇴 관련 상품은 대부분 '연금'에 한정돼 있다. 은행, 증권, 보험 업계 모두에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연금상품이 파생된 형태에 그치고 있다.
또 위험성 회피에 치중하다보니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홍성국 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 소장은 "제시하는 금융상품들이 대부분 만기가 짧고 위험성을 너무 많이 회피하다보니 수익률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은퇴형 상품을 광범위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은퇴설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은퇴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길어진 수명에 따른 노후 불안감 때문. 은퇴연구소가 노후 불안감을 덜어주고,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높다.
홍 소장은 "은퇴에 대한 인식들은 퍼져있지만 아직 치열하지 고민하지 못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걱정만할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며 "은퇴연구소들이 좀 더 많은 활동을 해서 일반인들이 은퇴준비를 서둘러 해나갈 수 있도록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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