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한집에서 동거하던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2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24·여)는 피해자 B씨(24·여)와 지난해 1월부터 서울 강남의 한 빌라에서 동거해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애완견을 죽이거나, B씨에게 약을 탄 정체불명의 음료수를 마시게 해 정신을 잃게 만드는 등 둘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A씨가 B씨에게 4700만원의 차용증을 쓰도록 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났고, B씨는 불에 탄 빌라 화장실에서 목부분에 흉기로 2차례 찔린 채 신음하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사건 당시 A씨는 현장에 없었으나 당일 B씨 휴대전화로 외부와 수차례 연락하고 B씨에게 4700만 원을 갚으라며 차용증을 쓰게 한데다 B씨 동생에게 보증을 서도록 요구했다.
결국 검찰은 A씨를 살인미수·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이 사건을 심리한 1심 법원은 공소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여 A씨에게 징역 1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평소 피해자에게 나쁜 감정을 가진 피고인이 사건 당일 피해자와 다투다가 격앙된 감정 때문에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윤성원)는 A씨에 대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거나 불을 질러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실이 없는데도, 신빙성 없는 간접증거와 정황 등에 의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친구사이의 다툼이 동기가 돼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은 인정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상당한 기간 동안 피해자와 동거하면서 친밀감을 형성했을 피고인, 특히 특별한 정신병력이 발견되지 않고 전과도 별로 없는 20대의 피고인이 피해자를 공소사실과 같이 잔인하고 계획적으로 살해하게 되는 동기로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유죄를 의심할 만한 간접증거나 정황들이 있으나, 결국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에 의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심증을 갖게 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검사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방화 살인을 계획했다면 피해자 목에 난 자상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피해자 몸에 직접 신나를 뿌리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사건 현장을 보면 그렇지 않다. 범행이 처음부터 매우 계획적이고 지능적으로 실행된 것이라는 것과 모순되는 정황들이 보인다"고 무죄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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