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논의에서 안 후보 측이 지속적으로 고수하고 있는 가상(실제)대결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측은 22일 심야 핑퐁게임을 벌였다. 현재는 안 후보 측이 문 후보 측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가상대결 50%와 선호도 조사 50% 안을 최후통첩으로 보낸 상황.
그런데 지난 21일 두 후보가 출연한 TV토론에서 안 후보의 아이디어로 드러난 가상대결 조사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분위기다.
◇지지하는 후보의 승리 위해 박근혜 선택 강요받는 유권자들
가상대결 여론조사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대결에서 누구를 찍을 것인지'를 묻고, 다시 한 번 '박 후보와 안철수(문재인) 후보 중 누구를 찍을지'를 묻는 방식이다.
문제는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두 번 모두 문 후보나 안 후보를 호명할 경우 이 선택은 무효, 즉 사표가 된다는 점에 있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이름이 두 번 나오면 박 후보와 대결할 단일후보를 가리는 데 유효한 응답으로 간주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양측의 지지자는 박 후보와 지지하지 않는 야권 후보의 대결에서는 박 후보를 선택하고, 박 후보와 지지하는 후보의 대결에선 지지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역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즉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단일후보로 밀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박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권자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양심을 팔아먹는 여론조사" 등의 원성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자를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더라도 박 후보 지지자들의 전략적 역선택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변별력 문제도 대두..朴에 둘 다 지는 모순 발생도 가능
가상대결 여론조사의 문제로는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점 역시 거론된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대결과 박 후보와 안 후보의 대결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박 후보와 두 후보의 대결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모두 승리를 거둬도, 한 쪽만 승리해도 문제가 벌어짐을 의미한다. 22일 핑퐁게임에서 실무팀의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고 양측 모두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측 모두 박 후보를 이겼을 땐 문 후보와 안 후보 중 누가 승자인지를 가리기가 애매해진다.
예를 들어 가상대결 결과 박 후보(46%) 대 문 후보(48%)와, 박 후보(44%)대 안 후보(47%)로 나오는 경우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건 문 후보지만, 박 후보와 격차가 많은 쪽은 안 후보가 된다. 이 경우 누가 승자인지 가리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만약 박 후보(48%) 대 문 후보(47%), 박 후보(45%) 대 안 후보(46%)와 같이 어느 한 후보만 승리해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문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박 후보에 패했지만 안 후보에 비해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본선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누가 더 나은지 해석에 논란이 생길 여지가 크다.
한편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모두 박 후보에 패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박 후보를 실제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단일후보로 하자는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게 된다. 이 경우 조사결과 자체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양측 룰 협상팀 간에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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