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진정 X맨이었나. 4일 저녁 첫 TV토론에서 출마 이유를 묻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질문에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맞받았던 그다.
정작 흐름은 이 후보의 의도(?)와는 반대로 흐르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TV토론 다음날인 5일 오전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후보의 지지도가 50%(50.6%)를 넘어섰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43.3%를 기록, 격차가 7.3%포인트로 벌어졌다. 오차범위(±2.5%p)를 벗어나는 격차다.
문제는 흐름이다. 같은 조사에서 박 후보가 50%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9월말 이후 처음이다. 문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 사퇴 이후 가장 낮은 지지도를 보였다. 안 전 후보의 지원이 지연되는 가운데, 회심의 반격 계기로 삼았던 TV토론마저 이 후보라는 뜻하지 않은 돌발변수가 등장함에 따라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게 민주당의 고백이다.
민심 풍향계로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40대에서도 심상치 않은 흐름이 감지됐다. 문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여전히 큰 격차로 박 후보에 앞섰지만 40대에선 박 후보와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벌였다.(文 48.7%, 朴 45.6%) 박 후보가 50대와 60대 중장년층의 절대적 우세를 바탕으로 40대에서도 문 후보를 바짝 뒤쫓았다.
성별로도 남성에서는 박 후보(47.0%)와 문 후보(47.4%)가 단 0.4%포인트 차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간 반면, 여성에서는 박 후보(54.3%)가 문 후보(39.2%)를 15.1%포인트 차로 압도했다. 중장년층과 여성의 높은 투표율마저 감안하면 적극 투표층에서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특히 TV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7.1%가 박 후보를 꼽았다. 문 후보는 29.3%, 이 후보는 17.2%를 기록했다. 무응답은 6.3%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박 후보 지지층의 88.3%가 박 후보가 가장 잘했다고 답한 반면 문 후보 지지층에선 63.6%만 문 후보를 꼽았다. 오히려 문 후보 지지층 중 30.8%는 이 후보를 지목했다.
TV토론을 직접 시청했거나 인터넷과 뉴스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응답자(1500명 중 1316명으로 87.7%)를 대상으로 지지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를 물은 결과 13.8%가 지지후보를 바꿨다고 답했다. 특히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층의 64%가 토론회를 지켜본 후 지지후보를 바꿨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1.7%를 기록하며 의미 있는 수치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다만 전날(0.7%)에 비해선 무려 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TV토론이 문 후보에게 가장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박 후보는 오히려 보수층 결집효과를 가져온 반면, 문 후보는 지지층 분산효과를 보였다”고 평했다.
관건은 남은 두 차례의 TV토론이다. 박 후보는 이 후보의 수위를 가리지 않는 맹공에 냉정함을 잃지 않고 침착한 대응을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첫 TV토론에서 박 후보는 이 후보의 직공에 때로 얼굴을 붉히고 인상을 찌푸리는 등 불쾌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평가다. 자칫 이 후보의 페이스에 말려 흥분할 경우 이는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으로부터 멀어지는 역효과를 자아낼 수 있다.
반면 문 후보로서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게 됐다. 박 대 이의 선명한 토론구도가 짜이면서 문 후보는 존재감의 숙제를 안게 됐다. 벌써부터 누리꾼 사이에선 문 후보의 미약한 존재감을 지적하는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 선대위는 5일과 6일 계속해서 박 후보에게 양자토론을 제안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부에선 자연스레 'X맨'이라는 소리가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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