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회생절차(법정관리)가 개시되더라도 회생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회생계획 인가 전에 중도 폐지되는 기업들이 해마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법정관리 신청 건수가 늘어난 반면, 이들 기업들을 구제해줄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이종석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법원종합청사 4층 중회의실에서 법관 10여명과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소기업 회생절차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회생절차 개선 방안을 토론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지난 6년간 회생절차 개시 결정 업체를 기준으로 한 졸업율이 10.4%로서 상당히 낮은 반면, 중도 폐지율이 89.6%에 달하다는 분석 자료가 공개됐다.
간담회 자료집에 따르면 전국법원에 2008년 582건의 법정관리 신청이 들어왔지만 519개 기업만 회생절차가 개시, 102개 기업은 회생계획인가 결정을 받지 못하고 폐지됐다.
또 지난해에는 1390개 기업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이 법원에 들어왔지만 이 가운데 1089개 기업만 회생절차가 개시됐고, 이 중 552개 기업이 중도 폐지됐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통계에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 사업자가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이 중 대부분은 기업들이다.
이와 관련해 박선규 기업은행 기업개선부장은 "회생절차 개시업체를 기준으로 한 종결률은 약 10%로서 상당히 낮다"면서 "이 같은 낮은 종결률은 은행이 회생기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은 파산상태에 직면해 회생절차를 신청함으로써 채권자들이 채무탕감 등 피해를 입고, 잔여채권의 정상적인 이행 가능성 및 신용도가 바닥으로 추락한 기업이 회생절차 종결 이후에도 완전한 정상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회생 추진시 법무·회계법인 활용 및 법원납부 비용부담·절차의 복잡성 등 기업 자체적인 수행이 어려우므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온 기업 법정관리 신청 건수는 지난 2008년(110건) 외환위기 이후 2배 늘어난 239건에 달하고, 특히 건설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의 법정관리 신청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최복희 중소기업회중앙회 실장은 기업회생절차와 관련해 "회생이 가능한데도 대응방법을 몰라 파산으로 가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라이프사이클 전과정을 진단·처방·치유하는 시스템 통해 재기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회생제도에 대한 정보부족과 전문가 부족으로 법적대응이 미흡한 부분도 있다"며 "경영지도사 세부영역 중 재무관리 분야에 기업도산 관련 내용을 추가하거나 별도 세부분야를 추가해 경영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일정규모 이하 법인기업은 단독판사에게 배당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회생 및 파산업무 담당 법원조직 확대개편 검토' 방안 등을 법원에 건의했다.
김형영 중소기업청 과장은 부도기업의 압류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압류제외 재산범위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협소하다. 실패기업인의 신속한 재기 및 최소한의 생활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인에게만 간이회생제도를 운영 중에 있지만, 기업의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기업대상 간이회생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독일과 같이 기업의 이사에게 파산징후가 있을 때 파산신청 하는 것을 의무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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