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공인중개사의 소개로 전세를 얻었다가 사기를 당한 경우 임대인이 진짜 권리자인지를 임차인이 확인하지 않았다면 임차인도 책을 져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전세를 얻었다가 사기를 당한 이모씨(38)가 “공인중개사들이 의무를 다 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협회측의 책임을 100%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동산 거래시 중개업자는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지만 거래관계에 대한 조사?확인 책임이 중개업자에게 전적으로 귀속되고 거래당사자가 그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중개의뢰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중개의뢰인에게 거래관계를 조사?확인할 책임을 게을리한 부주의가 인정되고 그것이 손해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면, 피해자인 중개의뢰인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역시 임대차계약 및 잔금 지급 과정에서 주택 소유자가 명백하지 않고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계약 상대방의 대리권 역시 명확하지 않아 원고로서는 이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는데도, 공인중개사만을 믿고 확인하지 않은 것은 원고의 과실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정을 과실상계사유로 전혀 참작하지 않은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2010년 8월 공인중개사 김모씨와 이모씨의 공동중개로 서울 전농동에 있는 다가구주택 3층을 임차했다. 당시 임대인으로 나온 정모씨는 해당 주택이 자신의 아버지 것이고 임대차 계약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 주택은 정씨 할아버지 소유로 할아버지가 사망한 다음에는 작은아버지와 함께 정씨가 공동상속했으나 실질적인 소유는 작은 아버지가 하고 있었지만 정씨는 이를 속였다.
이씨와 그의 아내는 이런 정씨의 말을 믿고 임차기간 2년,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하고 계약서를 작성한 뒤 보증금 5000만원을 정씨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이씨 부부가 입주한 당일 정씨의 작은아버지가 나타나 “정씨에게 임대계약을 맡긴 적이 없으니 방을 빼라”고 하자 정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이씨는 또 지난해 5월 정씨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정씨는 이씨에게 임차보증금 5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시했으며 판결은 그무렵 확정됐다. 비슷한 시기 정씨도 법원으로부터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이씨는 김씨 등 공인중개사들이 정씨가 정당한 권리자임을 확인해야 할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측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보고 협회의 책임을 80%로 제한했으나 2심 재판부는 “부동산의 권리관계 확인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이 없는 원고에게 대리권 유무 확인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협회의 책임을 100%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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