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반려견을 잃어버렸을 때 빨리 찾아주기 위한 동물 의무등록제가 시행되기도 전에 논란이다.
유기견이 증가하자 관련 소요 예산도 덩달아 불면서 정부가 반려견을 등록하지 않지 않은 주인에게 최고 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을 강구했다. 동물 의무등록으로 인해 반려견을 잃어버린 주인에게 빨리 찾아주고, 예산도 확보하는 1석2조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부담으로 오히려 유기견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안전성과 실효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동물 등록제 전국 확대..위반시 최대 40만원
2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동물 의무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1차 위반 시 경고, 2차 위반 시 20만원, 3차 이상 위반 시 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내년 상반기를 계도 기간으로 정해 홍보와 계도를 거쳐 하반기부터 위반 단속을 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동물 등록제를 확대하는 것은 유기동물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은 동물은 2003년 2만5000마리에서 2011년 9만6000마리로 8년간284% 급증했다.
10일의 공고기간이 지날 때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시킨다. 때문에 유기동물 처리 비용 역시 2003년 9억7800만원에서 2011년 87억8500만원으로 798% 늘었다.
정부는 동물등록제를 시행하면 유실동물 반환율이 높아지고 반환에 소요되는 기간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동물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는 성남시의 경우 유기동물 반환율이 2008년 4.8%에서 2010년 상반기 18.7%로 증가했으며, 제주도는 2008년 7%에서 2009년 5~7월 20.8%까지 늘었다.
그러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제출받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시도별 유기동물 발생현황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동물등록제 실시 이후 유기동물 현황 (자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록제 시행 지역인 부산·인천·대전· 경기·충북·제주 중 경기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유기 동물이 증가했다. 증가 추세 역시 등록제 시행지역과 미시행 지역간에 유사했다.
◇제도 곳곳에 헛점..칩 안전성 및 실효성 의문
사실 동물 의무 등록제가 시행하기도 전에 헛점이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마이크로칩과 인식표를 없앤 후 반려동물을 버리는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려견 몸에 투입되는 식별장치의 안전성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월 열린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은 "애견의 피부에 고유등록정보가 담긴 칩을 넣는 시술은 부작용이 많다"며 "미국과 영국 등에서 종양 등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캐서린 알브레히트 하버드대 박사의 '1990~2006 동물칩 연구'에 따르면 칩 시술로 인한 암 발견은 11건 중 8건에 달했다.
아울러 마이크로칩이 체내에 삽입 돼 있어도 위조나 변조가 가능하다. 또 MRI 등의 자기장에 의해 내용이 지워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컨슈머리포트를 통해 고유 등록정보가 실린 칩을 시술받은 동물에게 세포암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 사례가 실리면서 의무시행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동물등록용 마이크로칩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서 허가한 제품만 사용할 수 있다"며 "지난해 18만마리를 시술했으나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동물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저소득층 등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반려동물을 등록하려면 무선식별장치를 몸안에 심는 방법(2만원)과 무선식별장치 체외 부착(1만5000원), 인식표(1만원) 부착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김지선 씨는 "동물 진료비가 인상된 데 이어 동물 등록제까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안그래도 유기동물이 증가하는데 정부가 대놓고 동물을 버리라고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단속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단속이 실시되지만 공무원들이 실제로 얼마나 단속을 알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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