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합헌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반공법 위반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뒤 숨진 이모씨의 부인 임모씨 등 유족들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 대상에서 제외한 해당조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본문에 따라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고,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해서만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사건의 청구대상 판결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취소하라는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소원금지 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해서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선례들과 달리 판단해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재판소원금지 조항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 위헌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유에 대한 설명 없이 주문만을 기재하는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관련 조항에 대한 청구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재판청구권은 모든 사건에 대해 상고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없고 심리불속행 조항은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합리성이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송두환, 이정미, 김창종 재판관은 "더 이상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 최종적인 판결에서 이유 기재가 없는 재판이 가능하도록 한 해당규정은 판결이 과연 적정한지, 판단유탈이나 잘못 판단한 점이 없는지 살펴 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씨는 1984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수사관들의 각종 고문 등에 못이겨 허위자백한 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고했으나 기각됐다. 이씨는 2006년 12월 사망했다.
그러나 임씨의 청구로 이씨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이 개시돼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벌금 50만원이 선고됐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로 확정됐다.
이후 임씨 등 유족들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일부 인용판결을 받았으나 적정한 배상액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상고했다가 심리불속행 기각됐다.
이에 임씨 등은 재판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해당 규정과 심리불속행을 규정한 '상고심철차에 관한 특례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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