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일본은행(BOJ)이 무제한적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침체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층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22일 BOJ는 통화정책회의를 갖고 오는 2014년부터 매달 13조엔의 자산 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10조엔 증액'을 능가하는 규모로, 앞으로 매달 시행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로 풀이된다.
BOJ는 지난달에도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10조엔 늘려 총 규모를 101조엔으로 확충했다.
◇인플레이션 목표치 2%로 상향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예상대로 2%로 상향 조정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이전부터 물가 목표치를 높게 잡아야 한다고 BOJ를 압박해온 결과다.
전체 9명의 통화정책위원 중 2명만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2%에 달한 것은 1997년 소비세를 인상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BOJ는 극심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년 2월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1%로 제시하고 다섯 차례에 걸쳐 자산 매입기금과 대출 프로그램의 규모를 확대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물가는 0% 안팎에 머물러 있다.
BOJ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목표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하겠다"며 "2014년 4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9%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0~0.1% 수준 유지
이와 함께 BOJ는 기준금리를 0~0.1%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카오 마사아키 JP모건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BOJ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다"며 "2%의 물가 목표치를 단기간 내에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BOJ는 양적완화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나미 타케시 노린추킨 리서치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여전히 일본이 정말로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는 이날 오후 아마리 아키라 경제상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물가 목표치 조정과 양적완화 결정에 따른 배경을 설명할 예정이다.
◇엔저 당분간 지속..기업 실적 개선에도 도움
BOJ의 깜짝 결정에 시장은 출렁였다.
닛케이225 지수는 BOJ 발표 직후 일시적으로 1%까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하락 전환했다. 엔 달러 환율 역시 90엔에 육박했으나 강세로 돌아서며 89엔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상향조정한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면서도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무기한 연장하고 정부와 함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보다 강한 통화정책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엔화는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말 달러 당 엔화 환율은 94엔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저가 일정 기간 이어질 경우 적자에 허덕이는 일본 기업들의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2012회계연도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샤프는 "엔화 약세가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철강 업계 역시 "이상적인 환율 수준은 달러 당 90~100엔"이라고 전한 바 있다.
다만 허 연구원은 "그동안 워낙 빠르게 엔화 약세가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베의 통화 완화 정책이 BOJ의 독립성을 깨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타났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연방은행 총재는 "일본 정부가 BOJ에 추가 완화를 강요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환율 문제로 인한 정치적 갈등 가능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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