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비과세 혜택 종료를 앞두고 막차를 타려는 가입자들이 폭증하면서 즉시연금에 뭉칫돈이 쏟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은행 영업일 기준으로 사실상 이틀 만에 판매가 끝난 상황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3사의 지난달 즉시연금 판매액은 총 1조16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의 899억원에 비해 약 13배 급증한 수치다.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032830)은 4일 즉시연금의 은행 창구 판매를 중지했다. 2월 들어 하루 만에 5200억원 정도 팔려나간 데 이어 4일 오전에는 은행 창구 문을 열자마자 800여억원어치 계약이 쏟아져 월 소진 한도인 6000여억원을 모두 채웠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작년 8월 즉시연금 과세 논란이 불거지자 이후부터 비과세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다"며 "2월 1일 하루에만 5천억원 넘게 들어와 더는 은행 창구에서 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005450)생명은 지난 1일 은행 창구를 통한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했고 KDB생명도 4일 동참했다
즉시연금보험은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하고 거치기간 없이 곧바로 원금과 이자를 매달 연금으로 받거나 이자만 받고 원금은 일정기간이 지난 후 돌려받는 보험상품으로, 10년간 해약하지 않으면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같은 비과세 혜택을 악용하는 일부 고액 자산가들의 탈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상속형의 경우 2억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과세하기로 했다.이에따라 즉시연금 가입의 막차를 타려는 고객들이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세법 개정이 어떻게 될지 눈치를 보다가 2억원 초과 상속형 즉시연금에 과세한다는 방침이 정해지자 가입이 폭주했다"면서 "즉시연금은 재테크용이 아니라 은퇴 이후를 대비한 노후용 상품으로 중도 해지할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어 신중히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즉시연금 가입 열풍이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단기적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효과는 있지만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보장한 금리만큼 투자 수익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역마진으로 오히려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해 교보생명을 비롯한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 알리안츠생명 등 중소형사들은 일찌감치 지난해 9월부터 은행창구를 통한 즉시연금 판매를 중단했다.
우체국이나 신용협동조합등 공제판매사들도 가입자 폭증 현상이 나타나자 서둘러 판매를 중단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 자산운용상 부담이 커져가고 있는데 즉시연금 신규 가입자들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급증해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 채널 판매를 중지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이 역마진 리스크를 떠안고서라도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즉시연금 상품을 아직도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하다"며 "각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해본 결과 저금리 기조가 장가화 된다면 보험사들은 역마진 사태를 상당히 빨리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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