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부동산 활황기부터 8년 동안 운영돼 오던 '분양가상한제'가 정치권의 합의로 폐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또다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주택 시장 붕괴로 이미 효력을 상실한 관련 규정 폐지를 수년 동안 주장해 왔지만 매번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오는 27일 열릴 국회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국토해양부가 정부 입법 추진한 '탄력운용안'에 대해 여·야간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토건세력들을 비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련법 폐지를 추진한다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폐지안은 지난 2009년 18대 국회에서 의원 발의됐지만 여야의 의견 대립으로 결국 폐기된바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해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투기과열지구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하는 경우 등 대통령이 정하는 예외적인 경우는 국토부장관이 분양가상한제를 지정하도록 하는 탄력운용안을 내놓았다. 이 역시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지적으로 수개월째 계류돼 있는 상태였다.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규제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는 효율성이 떨어진 불필요한 규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법률들은 시장과열 당시 도입된 것으로 시장의 변화와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추진 등을 위해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분양가상한제를 법률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령을 마련해 행정부가 시장상황에 맞게 탄력 운영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핵심 요구 사항이었다. 개정안은 국회 통과까지 보통 1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급변하는 시장에 적시 적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국토부의 해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입 당시 부동산 시장과 지금 상황은 크게 다르기 때문에 완화가 필요하다"며 "건설사들도 앞다퉈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하는 게 시장의 분위기이기 때문에 이런 시기에는 적절한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역시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주택공급과 품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고, 다양한 주택 공급을 어렵게 하는 등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며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동안 국회 계류를 반복하고 있어 더 지켜봐야 하지만 업계로써는 기쁜 소식"이라며 "차별화 된 주택 공급과 경쟁, 주택의 질 등을 위해 상한제는 당연히 폐지돼야 할 규제"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법률 통과 예상 소식은 반갑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 매매시장이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 하나로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등 거래를 막는 법안도 함께 폐지돼야 조금이나마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건족 배불리는 정부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경실련은 여야의 폐지 합의에 대한 반대 성명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결국 토건 정부가 되려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경실련은 "현재 아파트값 하락은 분양가상한제가 아니라 집값 거품으로 인한 결과"라며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토건업계의 특혜와 폭리, 소비자에게는 바가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경실련은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나라 주택이 거품으로 실수요자들이 구매하기에 비싼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집값 거품을 더 제거해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대선 기간 경제민주화를 외쳐온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토건정책 들러리가 되지 말고 자신들이 했던 약속대로 분양가상한제를 필히 사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경실련은 건설업계에 막강한 특혜를 제공하는 '선분양제'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건설업자들은 지어지지도 않은 아파트를 합판으로 지어진 모델하우스와 장밋빛 미래만을 내세워 막대한 분양대금을 거둬들이고 소비자들의 돈으로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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