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일본 기업이 국내 태양광 시장을 더 잘 안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PV EXPO 2013'에서 일본의 대표 태양광 기업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7월 '고정가격매입제도(FIT)' 도입을 전후해 해외 태양광 업체들이 공격적인 활동을 펼치는 상황에서 보인 자신감이다.
일본은 태양전지 주요 생산업체 6곳 가운데 샤프와 파나소닉, 교세라, 미츠비시전기 등 4곳이 전자 관련 회사다. 이들 업체들은 길게는 20여년 전 부터 태양광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눈 여겨 보고, 태양광 산업에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
자국 태양광 시장 방어에 대한 자신감은 오랜 기간에 걸친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에서 비롯된 셈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현지 기업들은 고집에 가까울 정도로 '기술'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냈다. 세계 전자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경쟁상대인 파나소닉과 샤프는 태양전지의 기술적 우위를 뽐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파나소닉은 입구 바로 왼편 가장 눈에 띄는 공간에 'HIT' 태양전지 셀을 소개하는 공간을 별도 마련해, 전시회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HIT 셀은 일본산업종합연구소에서 24.7%의 효율을 인증받은 제품으로 기존 미국 선파워(24.2%)를 제치고 세계 최고효율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지난달 파나소닉이 개발에 성공한 24.7%의 세계 최고효율 셀. 파나소닉은 셀 기술의 보안을 목적으로 촬영을 엄격히 제한했다.
파나소닉은 전시회 내내 HIT 셀 주변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 사진 촬영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며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셀 표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경우 해당 기술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촬영을 금지시킨 것이라고 파나소닉 관계자는 설명했다.
샤프 역시 일본 시장을 겨냥해 한발 앞선 기술력을 과시했다. 후면전극형(Back Contact) 태양전지를 비롯해 지역 특화 제품인 태양광 모듈과 빛 반사 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후면전극형 태양전지는 모듈 앞면에 있던 전극을 뒷면으로 옮겨, 빛의 유입 면적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높인 제품이다. 샤프에서 생산한 태양전지의 평균 효율은 15%인데 반해 후면전극형 제품은 16.9%로 효율을 1.9%포인트 가량 끌어올렸다.
또한 홋카이도 등 폭설이 잦은 지역에 특화한 태양광 모듈과 특수 유리를 통해 빛반사를 줄인 제품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동북지역에 특화한 태양광 모듈은 2m 이상의 폭설이 와도 깨지지 않도록 내구성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빛 반사 처리를 한 태양광 모듈은 비행기 이착륙에 방해되지 않도록 눈부심을 방지해 공항 주위 유휴 부지에 설치가 적합한 한 이른바 틈새상품이다. 샤프는 이 제품을 통해 메가솔라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샤프의 빛 반사 방지 태양전지(왼쪽)과 일반 태양전지.
지난 2000년대 후반 일본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을 필두로 최근 2~3년 사이엔 국내 기업들도 일본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형국이다. 중국은 대량생산을 바탕으로 한 절대적인 가격 경쟁력을 지녔고, 한국 기업은 기술력을 갖추면서도 일본 업체에 못지않는 제품 경쟁력을 갖추며 현지 시장에서 적극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 대해 일본 기업들은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본 시장은 현지 기업이 더 잘 알기 때문에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태양광 기술 전반에 오랜 노하우를 축적한 만큼 일본 기업이야말로 중장기적인 사후관리가 철저할 것이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주택용 태양광 설치가 주를 이루고 있고, 이 부분에선 일본 기업이 더 잘 알 수밖에 없다"면서 "국가 보조금 정책 등에서도 현지 기업이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점도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자평했다.
샤프 관계자 역시 "태양광 발전은 20년 간 중장기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설치와 관리 등 시스템에서 신뢰성 확보가 관건"이라면서 "설치부터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사후관리를 하는 강점은 외국 기업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