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재형저축 동상이몽..은행,서민형편은 `나 몰라라`
상품설명 의무는 뒷전..판매에만 열올려
가입자 1주일새 77만명 돌파.."변동금리 적용등 꼼꼼히 따져봐야"
2013-03-13 18:02:32 2013-03-13 18:11:38
[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이번 기회에 꼭 장만하셔야죠. 안들면 손해입니다. 저희 은행만큼 조건이 좋은 곳은 없어요"
 
13일 오전 신촌의 한 은행 지점.
 
창구 직원은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서민들의 재산마련을 위해 18년만에 부활시킨 아주 특별한 상품이라는 설명외에는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과 변동 금리 적용 시기에 대한 설명은 듣기 힘들었다.
 
은행, 증권등 금융기관들이 재형저축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상품 설명의무는 게을리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형저축이 출시된지 1주일 지난 13일 오전 8시 기준 총 가입자는 77만명을 돌파했다.
 
금융감독원이 과열 경쟁 주의조치를 한 후, 전단지를 뿌리면서 가입을 권유하는 등 과당경쟁은 다소 잦아들었다. 하지만 많은 영업점들이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등 재형저축에 대한 상품 설명 의무는 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신촌 부근 주요 은행의 지점을 돌며 재형저축 관련 상담을 받아본 결과,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모두 타 은행에 비해 이율이 높다는 점만 강조하고, 고객이 먼저 변동금리에 대해 묻기전에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상품설명서에 작은 글씨로 변동금리에 대한 내용이 있기는 했지만, 별도의 설명이 없어 눈이 어두운 장년층은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컸다.
 
최근 재형저축 상담을 받은 채모씨(54)는 "재형저축이 3년 후 변동금리인 줄은 모르고 있었다"며 "눈 아파서 따로 인터넷을 찾아본 것도 아니고 그냥 상담원 설명만 들어서 처음 말해준 금리가 지속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재형저축은 서민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한 적립식 장기저축상품으로 조세특례제한법에 의해 계약기간 중 발생이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어서 일찍부터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는 알뜰족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가입 조건은 직전연도 총 급여액이 5000만원이하인 근로자나 종합소득금액이 3500만원 이하인 사업자다.
 
그러나 상품 성격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나온 상품들은 3년간은 고정금리지만 그 이후에는 1년마다 은행이 고시한 예금의 이율을 각각 적용한다
 
현재 금리가 높더라도 이 수준이 계속 적용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재형저축은 계약기간이 7년이고 중도해지하면 소득세 감면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다. 몇 푼 안되는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저금리 상태가 지속돼 3년 후 일반예금 금리 수준으로 떨어지더라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7년동안 자금이 묶이는 기회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5년 만기 적금을 만기까지 유지하는 비율이 11%에 불과하다"며 "재형저축의 금리가 높다고 해도 이를 7년간 유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것인 만큼 무조건적 가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감독당국도 금융사의 무분별한 과당경쟁을 막고, 위법행위를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경식 금융감독원 영업감독팀장은 "은행이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도를 하고 있다"며 "필요에 따라 샘플링 등의 감시를 더해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밝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사진은 기사에 언급한 특정은행, 특정지점과는 관련없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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