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항암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었음을 알리지 않고 보험에 가입했다가 보험금을 탔더라도 보험금 사기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안승호)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장모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기망행위가 있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남편의 과거 항암치료 전력을 보험사에 고지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보험사고가 피고인의 의사·행위에 의해 발생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이 보험사고 발생 사실을 알고 있었다거나, 보험사고의 가능성을 예견할 만한 상황 속에서 피고인이 보험계약을 체결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생명보험계약상 보험금은 '우연한 사고'가 발생해야 지급되는 것인데 우연한 사고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없는 사고를 의미한다"며 "피보험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적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보험설계사인 장씨의 남편은 1999년경부터 2003년까지 항암 치료를 받아 왔다. 그로부터 5년후 2008년 6월경 장씨는 남편 이모씨를 피보험자, 자신을 보험금 수령인으로 지정해 '암 등 중대한 질병에는 보험금이 면제되고, 피보험자의 사망시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내용의 종신보험계약을 A보험사와 체결했다.
그런데 장씨는 보험계약 당시 '계약전 알릴 의무사항', '고객 면담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남편의 항암치료 전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후 장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같은 해 9월 남편 이씨는 백혈병 재발 진단을 받고 다음 달 사망했다. 다음 해 5월 정씨는 A보험사로부터 1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수령받았다.
이에 검찰은 '남편의 과거 병력을 보험사에 알릴 경우 보험계약이 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허위사실을 기재해 보험금을 편취하려 했다'며 장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이 보험금을 편취할 의도로 보험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 2010년 2월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피고인은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가 되는 '과거 병력'을 숨기는 방법으로 보험사를 기망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며 장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피고인이 보험사와 보험계약 체결 당시 '과거 병력'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사기죄에서 요구되는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무죄 취지로 지난해 11월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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