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법재판소 3월 정기선고가 21일 내려진다. 이번에 내려질 선고는 모두 12건으로 유신헌법 53조와 긴급조치 1·2·9호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등 주요사건이 포함되어 있다.
헌재의 3월 선고는 다른 달보다 1주일이 빠르다. 통상 헌재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정기 선고를 내린다. 법이나 규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관 평의 진행 일정 등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날로 굳어진 일종의 관행이다.
헌재는 가급적 이런 관행을 지켜왔다. 물론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나 국가이익과 직결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특별기일을 잡아 선고한다. 2004년 5월 둘째 주 목요일인 14일에 선고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 2008년 1월 둘째 주 목요일인 10일 내려진 BBK특검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특별기일이 잡혀 일부사건을 먼저 선고해도 헌재는 마지막 주 목요일에 또 한번 선고를 함으로써 결정 관행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이번 선고가 일주일 빨리 내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22일 퇴임하는 송두환 재판관의 뜻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많다.
자신이 퇴임하는 즉시 헌재는 7인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퇴임 하루 전이라 해도 가급적 자신이 재임 중 마지막 선고를 하고 떠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7인체제는 위헌 의결정족수가 6인임을 고려할 때 사실상 정상적인 평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헌법교수는 "헌법재판소법상 7인 이상이면 선고를 내릴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이는 재판권 궐석 등 피치 못할 경우에도 반드시 헌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뜻일 뿐 정상적인 결정형태는 분명 아니다"고 지적했다.
헌재 내부에서도 이번 선고가 송 재판관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소장 직무대행으로서, 또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들이 적지 않다.
헌재의 한 연구관은 "선고라는 것이 재판관들의 평의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의 의지로 시간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소장 직무대행을 해 온 송 재판관이 퇴임 전에 선고를 내리는 것이 합당하다는 뜻이 재판관들 사이에서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관도 "기일이 소폭 당겨지는 것은 재판관의 퇴임이나 출장 등이 있을 때에도 있지만 이번 선고기일 결정은 보통의 그런 기일변경과는 다른 의미가 있어 보인다"며 "한명이라도 재판관이 채워진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당하다는 송 재판관을 비롯한 다른 재판관들의 의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송 재판관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은 현재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별 말 없이 묵묵히 3월 선고를 준비 중이다. 헌재 관계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송 재판관이 3월 마지막 정기 선고를 마친 뒤 그 다음 날 열리는 퇴임식에서 어떤 말을 꺼낼지도 관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마지막 헌법재판관인 송 재판관이 소장 직무대행 끝에 헌재 7인체제 운영이라는 짐을 남겨두고 가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송 재판관이 만연해있는 정치권의 '헌재 경시풍조'에 대한 마지막 쓴 소리를 남길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상 재판관 임기 만료나 정년 도래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해야 하지만 이미 사문화 됐다는 지적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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