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복지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숨은 세원 찾기에 나서면서 공무원에 지급되는 수당도 과세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데다 나중에는 정부에 사회보장 지출 부담까지 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는 지적이다.
지난달 22일 취임한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직급보조비와 복지포인트 등에 대해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장관은 "공무원 수당도 과세 대상으로 안다"며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급보조비는 공무원이 직급에 따라 받는 현금으로 대통령이 월 320만원, 장관급이 월 124만원을 받는 것을 비롯해 8·9급에게는 월 10만5000원이 지급된다.
복지포인트는 직급에 상관없이 연 30만원 정도가 현금이 아닌 포인트로 지급되지만, 복지카드 가맹점이나 문화·휴양시설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직급보조비+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 "과세 논의"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무원 직급보조비와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에 포함시켜 과세하는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실에서도 정부가 직급보조비와 복지포인트로 지출하는 예산이 한 해 3조원 규모라며, 이를 과세하면 약 4464억원의 세수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공무원들은 공무원 수당을 과세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 공무원 A씨는 "생계에 보태려고 받는 돈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무 지원비"라며 "복지재원 걷겠으니 공무원 복지에 쓰라고 준 돈 내놔라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복지부 공무원 B씨 역시 "경제민주화니 지하경제 양성화니 하는데 공무원이라고 가만 두겠냐"며 "가뜩이나 박봉인 공무원의 세 부담만 늘게 됐다"고 우려했다.
◇재정부 "세법 검토중..조만간 과세 방향 결정"
공무원 수당은 과거에도 논란거리였다. 참여연대 등은 일반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복지수당에 대한 세금을 내기 때문에 공무원도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공무원의 소득외 수당은 업무 경비기 때문에 인건비가 아니라 물건비 성격"이라며 "비과세가 맞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정부의 입장이 역전됐다. 그만큼 새 정부의 재원확보는 발등의 불인 셈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관련 세법 검토가 남아 있어 아직 과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의 재원확보 의지가 강한 만큼 곧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수당 과세보다 특혜성 수당 없애야"
하지만 공무원 수당을 근로소득으로 인정할 경우 건강보험과 공무원연금 등 각종 사회보험 납부액이 늘어나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사회보장 지출 부담도 증가하게 된다.
한국재정정책학회 관계자는 "공무원 수당에 대한 과세는 조삼모사(朝三暮四)"라며 "지금 당장 쓸 돈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분은 나중에 연금 등 사회보장 지출로 되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언젠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복지재원 마련하려고 세금 거뒀다가 오히려 더 큰 지출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공무원 급여와 복지체계에 대한 개편을 통해 비과세 영역으로 빠지는 돈을 없애고 공무원 급여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른 학회인 한국재정학회 관계자도 "우리나라 공무원은 시간외 근무수당, 특수근무지수당 등 각종 수당이 너무 많다"며 "수당으로 인한 수입이 본 급여에 맞먹는다는 게 사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정 수당에 대한 과세보다 일반인들에게는 특혜로 비춰질 수 있는 수당을 없애는 게 현명하다"며 "숨은 세원 발굴 못지않게 애초에 숨은 세원이 없도록 하는 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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