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공정위가 편의점의 불공정 거래약관을 시정하는 등 경제민주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각종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근본 개선책과 제재가 부족해 공정위가 정부의 경제민주화 과제에 코드 맞추기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가맹점이 본사와 맺은 계약을 중도 해지할 때 물게 된 위약금을 최대 40% 낮추고, 본사는 가맹 희망자에게 예상매출액 등이 적힌 상권분석 보고서를 계약서에 명시하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마련했다
◇공정위 `경제민주화`..정책 체감효과 크지 않고 일관성 없어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드디어 공정위가 경제민주화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지만 실제 정책 체감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편의점 불공정 거래약관 시정만 해도 실제 편의점 업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편의점 주인 조모(38)씨는 "한 달에 최소수익 500만원을 보장한다는 본사 말만 믿고 편의점을 열었다"며 "장사가 안 돼 폐점한다면 가맹점이 위약금을 낼 게 아니라 오히려 본사가 가맹점에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15일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정위는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이 대등한 교섭이 어려운 '슈퍼갑·을'라는 점을 간과했다"며 "경제적 약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들은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코드 맞추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정기업 인증 취소에 대해 "불공정 거래행위가 가장 많은 게 대기업인데 애초에 이들에게 공정기업 인증을 준 게 공정위"라며 "대기업에 과징금 감면과 공정위 직권조사 면제 혜택을 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큰 일 하듯 거둬갔다"고 비꼬았다.
◇현장 목소리 듣고 일관성 있는 정책펴야
새 정부 출범 후 기재부와 국세청 등 다른 부처가 경제민주화 업무를 바쁘게 추진할 때도 공정위는 실무 작업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동안 위원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는 해도 이제는 각종 불공정 거래를 없애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과 제재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의 움직임에는 경제적 약자 보호와 공정한 시장경쟁 질서 만들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보고 들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란스럽게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게 아니라 정책 체감효과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둬 실제 경제적 약자들이 수혜를 입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일관성 있는 정책과 제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위의 각종 제재와 결정을 보면 일관성이 있거나 제재 기준이 명확하다는 느낌이 없었다"며 "과징금 결정 과정과 기준 등을 공개해 공정위의 제재 수준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제재 기준과 수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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