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편성되면서 국가 재정건전성은 크게 악화될 상황에 처했다.
특히 추경예산의 대부분을 적자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하면서 나랏빚은 급증하고 당초 올해로 목표했던 균형재정 달성 목표는 추경과 한국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연동되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아직 국회 심의절차가 남아 있으나 정치권 역시 추경편성의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고, 일부는 오히려 추경의 세출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재정건전성 훼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7조3000억원의 추경안 중 한국은행잉여금
확대(2000억원), 세출감액(3000억원), 세계잉여금(3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추경편성에 따른 국고채 발행 순증가 규모는 16조원에 가까운 15조8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고채 총발행규모는 당초 79조7000억원에서 95조5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한다.
국채발행이 늘어난다는 것은 나랏빚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추경 편성으로 관리대상수지는 국내총생산(GDP)대비 0.3% 적자에서 1.8% 적자로 늘고, 국가채무비율도 GDP대비 34.3%에서 36.2%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국가채무는 지난해말 기준 443조8000억원이지만,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하면 900조원을 돌파한다.
이 경우 GDP대비 국가채무비율도 70.9%로 급등한다. 미국(120.4%), 영국(159.7%)보다는 여전히 나은 성적표이지만 캐나다(54.4%), 호주(43.4%)보다는 훨씬 아랫등급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국채발행규모를 줄이고 증세를 통해 재원조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른바 부자증세를 통해 재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추경안에 대한 심의를 벼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최근 5년간 국가부채비율이 굉장히 높아졌고, 부채 증가속도도 굉장히 빨라졌다"면서 "국채발행을 통해 추경을 하게 되면 나중에 정부가 난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증세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금을 올리기보다는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채발행을 통한 재정확대가 바람직하다"면서 "민간소비 투자여력은 줄어들어 경기둔화가 심해지고, 정책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5일 국회에서 "추경의 목적이 경제를 빨리 회복시켜 세수입으로 연결시키는 것인데 증세는 경제회복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세원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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