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과 감독을 담당하는 쌍두마차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수장을 예전처럼 일원화하자는 이른바 '원톱(One-top) 복원론'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금융당국의 기업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는 지휘체계의 수립을 명분으로 내세워 금융당국의 '원톱 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현 체제로도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
원톱 복원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기존 금융감독위원회를 금융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정책과 집행기능의 분리를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에 각각의 수장을 두고 있으나 금융위기 속에서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지휘하기 위해서는 `투톱 체제'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지난해 초 정부 조직개편 시 금융위가 서울 여의도 금감원 건물에서 서초동에 있는 옛 기획예산처 건물로 이전했다가 이달 중순 다시 여의도로의 복귀를 앞둔 가운데 금감원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4일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초부터 기업 구조조정을 총지휘해야 하는데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이 둘로 나뉘어 있어 신속한 의견조율이나 필요한 정보공유에 문제가 있다"며 "금감위-금감원 시절처럼 한 사람이 두 기관을 이끄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 입장에서도 금감원이 `손발' 역할을 제대로 해야 원활한 정책 수행이 가능한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이원 조직' 형태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두 기구의 구성원 대부분이 원톱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금감원 간부도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다원적인 금융감독체계로 인한 감독 허점을 지적하며 기구를 통합하는 추세"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감독기능 강화와 더불어 감독기구의 통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들은 현재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투톱 체제'가 아니라 `원톱 체제'라면서 금감원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법적으로 금감원에 대해 예산 승인권과 인사권을 가진 정부기구이고 금감원은 금융위의 감독을 받는 엄연한 반관반민 성격의 시장 감독기구"라면서 '원톱 복원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작년 12월31일 간부들과 송년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위의 여의도 이전에 대해 "전시에는 국방부가 벙커에 들어가듯 여의도로 가면 우리도 금융위기 상황에서 시장과 좀 더 밀접한 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장감 있는 금융위기 대처 이외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태 선임연구원도 "양 기관이 한 기관장 아래에 있을 때는 하나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분리된 후엔 그런 분위기가 희박해져 업무협조가 안되는 부분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하지만 정책의 입안과 집행을 분리한다는 본래 취지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연구기관의 중견 연구원은 "지금은 금융당국의 체계 개편 문제를 논하기보다 금융당국의 위기대응이 적절했느냐를 따져봐야 할 때"라며 "원톱 복원론도 금융당국이 이번 금융위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데서 불거진 금융당국 내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와 금감원 간 조직체계보다는 기관 수장들이 얼마나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했느냐가 문제"라면서 "향후 개각이 이뤄지면 이런 측면에 대한 평가가 두 기관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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