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업계의 이동통신 시장 진출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케이블TV 업체들은 5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동통신 사업 진출방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케이블TV업계 고위 관계자는 “내부 협의를 더 거친 뒤 결정하자고 공문을 발송했다”며 “당분간 이동통신 진출 계획이 확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단순히 시기를 늦춘 게 아니라 진출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그만큼 전반적인 여건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당초 케이블TV업체들은 지난해 모 컨설팅업체에 용역을 의뢰해 받은 와이브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이동통신사업자(MNO) 등 다양한 형태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방안을 검토한 뒤 5일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었다.
무엇보다 정부의 MVNO 활성화 의지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공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통신시장 재판매 도입을 위해 ‘사후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MVNO 사업자가 도매망을 갖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도매제공 의무사업자)에 협정을 요청할 경우 기간통신사업자는 90일 이내에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게 사후규제의 골자다.
그러나 케이블TV업체들은 지난해 말 개최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공청회에서도 “사후규제가 도입되면 기간통신사업자들이 MVNO 등 후발사업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거나 시간을 끌며 사업을 방해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케이블TV 업체들은 ‘사전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에게 어느 정도의 사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줘야 신규 사업자가 진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요인은 네트워크 투자부담과 단말기 확보의 문제다. 와이브로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장기적으로 2조원은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주요 SO들이 신규투자는 고사하고 기존 사업이나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어서 신규투자가 가능하겠느냐는 것.
여기에다 기존 이동통신망과 로밍이 가능한 와이브로 전용 단말기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초기부터 전국적인 와이브로 망 투자가 힘들기 때문에 당분간 기존 이동통신망과 로밍을 해야 하는데 와이브로와 기존 이동통신망이 동시에 지원되는 단말기를 확보하는 것이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케이블TV업계 고위 관계자는 “게다가 당장 올해부터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독려해야 한다”며 “1000만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이 약 1조5000억원인데 여기에 2조원을 추가 투자해 와이브로 등 이동통신 사업을 벌이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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