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이솝우화 중에서도 더 잘 알려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농부는 처음에는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기뻤다. 하지만 문제는 지나친 욕심. 매일 하나씩 얻게 되는 황금알로는 욕심을 채울 수 없었던 농부는 결국 거위의 배를 가른다.
보통의 우화가 그렇듯 거위를 잃은 농부는 '과유불급'이란 절대적인 진리를 깨닫는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항상 뒤늦게 상황파악을 한다. 수백년 아니 수천년을 이어온 이런 진리를 우리 인간들은 오늘날 까지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후회를 반복한다.
지난 29일 용산역세권개발사업 최대주주인 코레일은 민간출자사 29개사에 사업협약 해제를 공식 통보했다. 총 31조원 개발사업이 삽 한 번 떠보지 못하고 끝나버리고 말았다.
용산사업 무산으로 코레일과 민간출자사의 자본금 1조원은 공중분해됐다. 특히 향후 몇년간은 서로의 책임을 묻는 소송전이 지루하게 진행될 것이 뻔하다.
용산사업의 파산은 서부이촌동 지역을 무리하게 편입시켜 사업을 거대하게 부풀린 오세훈 전 시장의 출세욕과 개발사업을 통해 과도한 이익만을 쫓았던 지나친 욕심이 부른 안타까운 결말이다.
오 전 시장은 대표적인 실패작이라 불리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서부이촌동 지역을 어거지로 끼워 넣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조례까지 바꿔가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조용했던 서부이촌동이 들썩였고, 주민들은 부화뇌동(附和雷同) 했다.
거위배를 가른 농부 처럼 후회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볼때 오 전 시장의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재임당시와 비교했을 때 부동산 경기가 크게 추락했기 때문이라는 핑계도 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을 뺀 좀더 단백하고 거시적인 결정을 내리고 실수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지려 하는 것이 무릇 존경받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닌가.
서부이촌동 주민들도 오 전 시장 얘기만 나오면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얼마전 취재 차 방문한 동네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오 전 시장은 서부이촌동 주민 편입을 위해 주민들의 속인거나 다름 없다"며 "사죄는 물론 처벌도 받아야 마땅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코레일과 민간출자사 역시 이번 사업 백지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초 용산개발은 코레일의 빚을 갚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4조5000억원 규모의 철도 부채를 갚으려고 코레일은 철도 정비창 부지 개발을 추진했다.
그런데 코레일은 단순히 땅만 팔지 않고 민간투자자를 끌어들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키웠다. 더 큰 개발 이익을 노렸던 것이다. 다시한번 거위배를 가른 농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한방을 노린 민간출자사들도 마찬가지다. 출자사들 역시 자사의 이익 챙기기에만 열을 올렸다. 개발방식을 두고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주도권 싸움을 했던 이유도 자신들이 바라던 이익과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주체들의 과욕이 31조원 규모의 용산역세권사업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제 남은 건 단군이래 최대의 사업이 단군이래 최대 규모 소송전으로 번지는 것을 찝찝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밖에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피해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정부나 서울시도 앞장서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여러모로 이번 용산문제는 많은 교훈을 남겼다. 특히 인간의 지나친 욕심의 끝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사례로 기억될 것 같다. 먼 미래에 우화로 읽혀져도 재미있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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