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시장의 절반 이상이 월세로 재편됐고, 사실상 은행에 월세를 내고 있는 전세 세입자를 감안하면 순수 전세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8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분기 전체 임대차 신규 계약은 총 37만846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계약 유형별로는 전세계약은 22만135건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0.6%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월세 계약은 총 15만2000여건으로 29% 증가했다.
봄 이사철 신규 전세계약은 큰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월세 계약만 증가한 것이다.
통상 월세로 공급되는 다가구 주택 등 주택형을 제외하고 전통적으로 전세가 강세를 보이는 아파트로 범위를 좁혀봐도 임대차시장 월세화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 1분기 아파트 전세계약은 총 12만63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줄었다. 하지만 월세 신규 계약은 5만3766건으로 29.5% 증가했다.
실제 임차 선호도가 높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1분기 아파트 월세 계약은 지난해 224건에서 올해 313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대비 39.7% 증가했다. 반면 전세계약은 651건에서 722건으로 10.9% 늘었다.
◇1분기 유형별 임대차 계약 변화(자료:국토부)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전국 임대차 주택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4.1%였으며 45.9%가 월세였지만, 2010년 전세는 50.3%로 감소한 반면 월세는 49.7%로 늘었다. 현재 임대차 시장은 이미 월세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월세를 원하는 집주인과 월세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세입자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임대차 시장 월세화는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 이자율과 보증금 활용도 하락, 은행대출이자 상쇄, 안전한 소득원 발굴 등을 이유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반면, 한정된 소득으로 전셋값 상승분을 감당하지 못하며 발생하는 반전세 세입자나 아예 높은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며 월세 계약은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서울에서는 전세 물건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월세를 찾아야만하는 수요도 있다.
서초구 부동산123 관계자는 "물건도 없고 높은 전세값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세입자들이 돈이 없기 때문에 반전세나 월셋집을 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로 계약 거주하고 있는 수요 중에는 전세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월세화 현상은 예상보다 더욱 진행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집주인과 은행이라는 지급 대상만 다를 뿐 실상은 월세 세입자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지난해 제공한 전세자금보증은 총 32만7218건, 10조8678억원에 이른다. 전세자금보증은 ▲2009년 19만9128건 (4조6756억원) ▲2010년 22만3952건 (5조7663억원) ▲2011년 30만5236건(9조3151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도 8만800건(2조8620억원)으로 전세자금보증이 제공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1분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전세가 한때 부동산 가격 불안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지만 서민들의 주거 안정과 주택마련자금 축적의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며 "매매가 상승이나 이자율 급등이란 변수가 없다면 임대차시장의 월세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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