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가락시장 등 대형 도매시장의 가격 결정방식이 경매에서 정가·수의매매로 점차 바뀌게 된다.
정부는 27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통해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지난해 기준 8.9%에서 2016년까지 2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가·수의매매는 미리 가격을 정한 뒤 특정시기에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하면 거래 단위가 규격화 되고 가격변동성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농산물 가격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지난 1999년 정가매매가 확립된 이후 양상추 등 신선채소 가격의 등락폭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천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관은 "경매 방식은 도매시장이 조성된 뒤 관행처럼 굳어져 온 것"이라며 "농민들 입장 역시 농산물 대금을 다소 낮게 받더라도 안정적으로 받는 것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박근혜식 유통대책.."유통구조에 경쟁체제 도입"
정부는 이날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포함한 5가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내놨다.
앞서 농식품부 등은 ▲유통단계 축소 ▲직거래 확산 ▲산지 유통계열화 등의 유통구조 개선책을 산발적으로 내놓은 바 있다.
이번 대책은 그 종합판으로 기존 대책에 경쟁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을 더한 게 특징이다.
유통경로간 경쟁이 촉진되면 유통단계에 끼어 있는 거품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유통비용 역시 10~15%까지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가 경쟁 촉진을 내세운 건 정부의 직접 개입 방식으론 유통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과거 정부의 유통정책을 평가한 결과 “도매시장 중심, 공정성 위주의 정책 추진으로 유통경로간 경쟁이 부족해 효율성이 낮은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매시장 중심의 대책이나 직거래를 늘리는 방식 자체는 나무랄 데 없지만 유통구조 자체에 활력이 떨어지면서 유통마진 과다 문제나 심한 가격 등락을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도매시장 패러다임 바뀐다..경매 → 정가·수의매매로
때문에 이번엔 유통경로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그 대표적 방안으로 도매시장 활성화를 내세웠다.
정부는 도매시장에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늘리는 것은 물론 도매법인이 저장·가공·물류사업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중도매인간 거래도 단계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쉽게 말해 그날마다 가격을 정하는 경매 대신 정가 거래 비중을 늘리고 도매법인에 대해선 취급하는 농산물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파는 것도 허용한다는 것.
정부는 이렇게 함으로써 도매법인과 산지유통주체, 도매법인과 대형유통업체 사이에 자연스런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정가·수의매매에 참여한 도매시장법인이나 중도매인에게는 정책자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지원금 700억원도 책정했다.
또 정가·수의매매 물량을 예측가능케 하기 위해 오는 2014년 9월까지 산지와 도매시장간 예약거래와 출하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가격안정대 도입, 수급조절위원외 구성
정부는 이날 ▲직거래 등 대안 유통경로 확산 ▲생산자단체를 통한 유통계열화 ▲수급관리 체계화 ▲거래의 공정성 확보 등의 대책도 같이 발표했다.
4가지 방안은 기존 대책을 재확인한 것으로 농산물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 5개 품목에 대한 국내비축과 계약재배를 늘리고 '가격안정대'를 도입해 단계별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다는 내용이 특징이다.
이를 테면 '김장배추 매뉴얼'의 경우 배추가격이 '안정대'인 900원에서 1600원 사이를 넘거나 밑돌기 시작할 때 경보를 발령하고 ▲'주의' 단계에선 수입 가능성 조사 ▲'경계' 단계에선 비축물량과 계약물량 공급 ▲'심각' 단계에선 배추 관세를 인하하는 식이다.
대신 가격안정대 내에선 가격과 수급 모두 시장에 맡긴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생산자, 소비자, 유통인 등 분야별 인사로 구성된 수급조정위원회도 꾸리기로 했다.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 5개 품목 계약재배 늘릴 것"
정부는 필수 식재료이자 수급불안 가능성이 높은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등 5개 품목에 대해선 계약재배 물량을 지난해 기준 12%에서 오는 2017년까지 30%로 늘린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5개 품목에 대한 가격변동폭은 2017년까지 지금의 절반수준인 10%로 떨어뜨린다는 방침이다.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과거 20년간 대책은 정부가 강제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많았다"면서 "이번엔 개선책을 정하기에 앞서 현업인들과 오랜 논의를 거쳤고 정책 역시 정부가 유인, 유도하는 식으로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료제공: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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