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 내 석유화학 산업의 변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풍부한 석탄을 이용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중국산 범용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져,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중국 비중 감소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그동안 낮은 경제성과 환경오염 문제로 석탄을 활용한 화학제품 생산이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해왔다.
하지만 최근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청정 석탄 개발기술 발전하고환경 문제가 완화됨으로써, 중국업체들이 자국내 풍부한 석탄을 이용한 '석탄화학'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해변 공업지구와 내륙 농업지역 간의 경제적 불균형이 큰 중국 입장에서는 매장량이 풍부한 내륙의 석탄을 활용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석탄화학 발전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여수 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공장 전경(사진=염현석 기자)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해 석탄화학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산업 투자액을 전년 동기 대비 31% 늘리겠다고 밝히는 등 자국의 석유화학 업계에 힘을 실어주면서 '석탄화학'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중국 수출 물량이 지난 2011년까지 연평균 7.3% 늘었지만 지난해부터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수출 증가율은 5%대로 감소했다"며 "최근 중국시장에서 범용제품이 아닌 특화제품 중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품목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중국 석탄화학보다는 엔저로 인한 수출 타격을 더욱 우려하고 있지만, 석유화학 업계는 일본 제품들의 '엔저 가격경쟁력'보다는 중국의 '원가경쟁력 확보'를 실적 반등 방해 요소로 먼저 꼽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0엔을 유지하면 우리나라의 무역흑자가 15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IT 업종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됐다.
감소폭은 IT가 29억달러로 가장 높고 이어 철강(16억 달러), 석유화학(15억 달러) 등의 순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계는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0엔을 유지하더라도 수출 실적에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일본 소비재 수출량이 늘면서 범용제품 중심의 수출이 늘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매출의 70%를 수출로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부타디엔 고무(BR) 등 범용제품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 석유화학 기업들은 대부분 정밀소재나 고부가 특화제품에 집중하고 있어 중국 등 국내 기업들의 주요 수출국에서 직접적인 제품 경쟁이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LG화학(051910),
금호석유(011780) 등 기업들은 'ABS, SSBR 등의 제품으로 일본 석유화학 기업들과 품목경쟁을 하고 있어 수출 단가가 하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모든 거래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엔화 환율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에서 두 개의 석탄기반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시범설비가 가동되는 등 석탄 기반 BTX 생산을 위한 상용화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며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서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고 있는 BTX도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시장개척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도 "엔저 지속으로 인한 수출 감소 징후는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석유화학 수출 특성상 일본보다는 중국 제품들의 변화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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